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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고 긴 대좌「최장기록」청와대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보좌관도 물리고>
한국군현대화와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논의한 25일의 박-「애그뉴」회담은 장장 6시간에 걸친 뜨거운 회담이었다.
『한국의 정상급외교사에서 최장기록』(강상욱 청와대 대변인의 표현)인 이 회담은 점심도 들지 않고 강행되었다는 점에서도, 양국의 수뇌가 6시간동안 단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기록적이었다.
당초 12시에 끝낼 예정이던 회담이 뜻밖에 길어지자 하오 2시쯤 미8군에서「애그뉴」부통령을 위한 점심을 부랴부랴 준비해 왔으나 곧 끝날 것이라 하여 들여가지 않고 간간이 들여간「코피」와「케이크」만으로 요기를 했으며 미 측 수행원들과 경호원들도 하오 3시쯤 미대사관에서 날라 온「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웠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번도 중간발표가 없었고 합석회의를 기다려 옆방에서 대기하던 한-미 양국의 고위보좌관들조차 회담의 진행상황을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회담은 심각했다.

<「하트·라인」보고>
「애그뉴」부통령이 수행원들과 함께 청와대에 도착한 것은 이날 상오 10시10분. 현관까지 마중 나간 박대통령의 안내로 방명록에 서명하고 바로 회담장소인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갔는데 최규하 외무장관,「포터」주한 미 대사와 양측 통역관만이 배석했으며 하오 2시쯤엔 최 외무와「포터」대사마저 약 30분간 자리를 비켰어야 했다.
하오4시쯤 회담을 일단 정회하고, 만찬을 겸해서 회담을 속개하려 했으나 미 측 사정으로 26일 아침으로 연기.
회담을 마치고 숙소인 조선「호텔」에 도착한「애그뉴」부통령은 회담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잘되고 있다』고 짤막하게 한마디 한 후 총총히 방안으로 사라졌다.
그 이후「애그뉴」부통령은 저녁 7시 청와대만찬 때까지「프레지덴셜·스위트」에서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 동안 조선「호텔」에 설치된「하트·라인」을 통해「닉슨」대통령과 연락을 취했을 것이라는 추측.

<한국맥주로 화기>
이날 저녁 청와대 만찬회는 회담 때의 진지하고 엄숙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화기애애한 가운데 서로가 한국과 미국에서 정치를 해 나가는데 있어서의 고충 담을「조크」를 섞어가며 털어놓았다고.「애그뉴」부통령에게는「스카치·소다」를 권했으나『마셔보았더니 한국의 맥주 맛이 좋더라』고 굳이 맥주를 청해 마셨다.

<외국기자도 점만>
조선「호텔」에 마련된「프레스·센터」에는 60여명의 내외기자들이 몰려 회담진행에 대한「브리핑」을 기다렸는데 몇 차례 연기 끝에 6시에 가서야「데블룸」부통령 공보비서관이 『회담이 진행되고 있어 무어라 말할 수 없다』고만 했다.
만찬회담의 결과에 기대를 걸고 밤늦게까지 기다렸던 외신기자들은 이날 밤 10시「데블룸」씨로부터『아무 할 말 없다. 잘 쉬기 바란다』는 얘기를 듣고는『이럴 수가 있느냐』고 불평을 터뜨리면서 제나름대로 모두 회담내용을 점쳤는데『한국 측에서 단단히 큰 것을 제의해서「예스」「노」를 요구한 모양』이라는 게 외국기자들의 공통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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