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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외유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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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의원의 외유「붐」은 별로 유쾌한 일은 못된다. 불투명한 명목도 불쾌하지만, 문제는 「출장」아닌 외유에 있다. 국민의 세금 속엔 국회의원의「외국 유람 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외유 명목을 보면 국민의 회의는 더욱 깊어진다. 낙농시찰·해외시장조사·통신시설 시찰·도시계획 시찰 등이 입법활동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궁금하다.
「출장」아닌「외유」는 다행히도 국가 예산에서 비용이 지출되지는 않는다고 당국자는 말한다. 그러나 국내외업자들이 자청「스폰서」로 나서고 있는 것은 과연『다행한 일』인지 생각해본 문제이다. 국회의원의 외유와 상인들의「스폰서」자청 사이에는 능히 인과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스폰서」중에는 국내업자들은 물론, 외국의 상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불쾌한 건 후자의 경우가 더하다.
외유의원들도 그「민망스러운 입장」을 스스로 알고는 있는가보다. 신문「가십」에 나온 「007작전」은 가소롭다. 출국은 각자가 개별적으로 하며, 출국 후엔 어느 특정지점에서 만나는 식-.
이른바「007작전」이라는 것이다. 어떤「그룹」은「코펜하겐」의「티보리」광장에서「D데이」H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서울을 떠났다는 후문도 있다. 동경의 어느「호텔」에서 만나기로 한「그룹」도 있었다. 여론의 눈이 두렵긴 두려웠던 모양이다. 임시국회가 끝난 지난 7월18일 이후 여-야 의원들의 외유신청은 재적 3분의2를 넘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국정은 외유 병 때문에 능히 마비되고도 남는다. 재적과반수 미달의 국회는 무슨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아이러니컬」한-일은 국회의원의 외유로 인해 해외공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원들의 안내·접대로 해외공관의 직원들은 휴일이 없다는 것이다. 외유 병은 해외공관까지 마비시키고 있는 샘이다.
한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의원 1인당 외유 비는 평균 2천 내지 3천「달러」-. 백 명의 의원이면 무려 30만「달러」. 원 화로 환산하면 1억 원에 가깝다.
국회의원의「센티멘틀·저니」(감상적 여행)는 이제 삼갈 때가 되었다.
호화판 유람여행은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것이다. 외화의 유출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도덕적 관념으로도 국민의 불쾌한 인상은 도무지 씻을 수 없다. 검약한 국민의 대표가 호화판 유람이나 다닌다는 것은 이율배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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