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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최고의 인본 불경|해남 대흥사서「정원경」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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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려 초엽에 간행된 옛 불경 1책이 전남 해남군대흥사에 간수돼 있음이 확인되었다. 최근 서화·전적의 문화재 지정을 위해 현지 조사에 나선 한 위원은 대흥사 소장의 전적 3백여 책을 조사하는 가운데「정원경」이라 쓰인 화엄경 판본 1책을 가려냈다고 말하고『국내에 있는 고려 때의 인본고경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 된다』고 밝혔다.
이 화엄경의 전질은 알 수 없으나 대흥사 소장본은 권23 l책 영본으로 판실에『정원경권 제 23』이라 조그만 글씨로 씌어있다.
정원경은 고려 헌종 1년 즉 서기 1095년에 개성에서 간행된 목판본 불경,「정원」은 8세기말인 당나라 덕종 때의 연호로서 당시의 당나라 승려 증관이 화엄경을 주석 해 저술한 책을 가리킨다. 고려에서는 의종∼숙종 사이에 많은 불경을 판각해 간행했는데「정원경」은 그 중의 하나이다.
정원경은 현재 일본경도의 구원문고 가운데 권10 1책이 보존돼 있는데 여기에는「수창원년」이란 간행 연대에 대한 기록이 명시돼 있다. 이번 전남지구 전적에 대한 조사에 나선 임창순 조사위원은『구원문고 소장본을 직접 본 일이 없으나 배설한 글로 보아 이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흥 사본은 길이 32 ㎝, 폭 10㎝의 첩 책으로 안팎 표지가 그대로 있다.
이제까지 고려의 인본고경으로는 수창 5년 즉 1099년에 간행한 전남송광사 소장의「대반열반경소」권 제9·제10 1책이 최고 본으로 알러져 왔으며 이미 보물 90호로 지정 보호되고있다. 이것은 고려 숙종4년 대각국사의천에 의하여 송도의 흥왕사에서 개판 된 것으로『수창 5년 기묘세고려국대흥왕사봉선주조』란 간행기록이 분명하다.「정원경」은 이보다 5년 앞서 흥왕 사에서 의천에 의해 개판 된 것으로 보이고 있다.
임 조사위원은 대흥사 주지가 근년에 젊은 승려가 가진 것을 입수해 간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곧 지정을 서두르겠다고 다짐했다.
임 위원은 이밖에도「황지금니법화경」권5·권7,「황지금니금강경」기타 완질,「감지금니릉엄경」잔본,「황지금니금강경」잔본,「백지금니금강경」잔본,「백지묵조법화경」권6,「황지은니대보적경」권62 완질,「감지은니무언동자경」하,「감지은니부모은중경」,「백지묵서화엄경」등 고려사경에 대해서도 지정을 신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리나 임 위원은 수년 전 그가 이미 본바있는 귀중 본 내지 희귀본으로 없어진 것이 더러 있다고 밝히고 특히 영암 도갑사의 귀중 본을 모두 일산 돼 한 책도 보지 못했다고 서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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