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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소설의 탈고를 앞둔 작가 손소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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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모든 것이 열매맺는 가을이 문을 열자 곳곳에서 결실을 향한 마지막 진통이 한창이다. 이 가을에 푸짐한 수확을 거두어들일 여류들을 찾아 초가을의 작업장을 「노크」해본다.
대천에 피서가는 부군(김동리씨)을 따라나서지도 않고 여름내 집에 머무르며 손소희씨는 소설 집필에 파묻혀 있었다. 닭들이 한쪽에서 『구구구』하고 우는 시원한 정원, 좀 어두컴컴한 서재, 널찍한 응접실, 낮은 책상과 높은 책상이 함께 놓인 안방 등 집안 구석구석 중 마음에 드는 「코너」를 찾아 바퀴달린 「테이블」위에 원고뭉치를 얹어 밀며 다니는 동안 며칠내 찌던 폭염이 머리 숙이고 어느새 질이 달라진 샛바람이 살랑대는 날을 맞게되었다. 이 가을에는, 적어도 10월 안에는 쓰고있는 소설을 탈고해야만 한다.
68년 「펜·클럽」이 작가기금을 받아 집필하게 된 이번의 전작소설은 손소희씨의 10번째 장편. 연재소설 아닌 전작소설로는 『남풍』(63년)에 이어 두 번째 것인데 『쓰는 과정에서나 쓰고 난 후에나 전작은 충족감을 준다』고 말할 만큼 상당한 기쁨을 주는 집필과정이 계속되어 오고 있다. 많은 연재 소설들을 써왔지만 「마감시간」에 의해 토막토막 잘려지게 되는 연재소설은 새로운 회를 대할 때마다 늘 새삼스러운 느낌을 주어 집필과정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6·25동란에서 「스토리」를 끝낸 『남풍』에 이어 손소희씨는 이번 소설에서 동란과 서울 환도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번 소설로 동란을 일단 정리해본 후 다시 새로운 비약적 시도를 하고 싶다는 말대로 이번 작품은 총 정리적 역작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인간은 전쟁 속에서 어떻게 변하는가. 그 막대한 위력을 가진 환경이 인간을 휩쓸 때, 인간이 그처럼 소중하게 알던 인정이라든가 사랑이라든가 하는 것은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 인간은 그 환경의 힘 속에 무력해지기도하고 더욱 강력해지기도 할 것이다. 이런 양극단을 생각해보고 싶다』고 손소희씨는 이렇게 작자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
1천 5백장규모의 이 소설제목은 아직 미정. 겨울이면 따뜻한 온돌에 앉아 글쓰기를 좋아하는 손 여사는 이렇게 선선한 밤 기온이 계속되면 안방에 불을 피울 것이다. 그래서 따끈해진 아랫목에 낮은 「테이블」을 놓고 긴 가을밤을 창작의 유열 속에 새울 것이다.<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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