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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4반세기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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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로써 광복 25돌을 맞게 되었다. 한 많던 국치의 해, 경술년 환갑에 맞는 해방을 주는 새로운 감회와 각오를 새롭게 한다. 해방의 희소식에 당장이라도 독립되는 줄 알았던 그때의 감격은 마치 어젯 일처럼 새롭건만, 어언 23년 4반세기의세월이 흘렀다. 인간의 1세대를 30년으로 잡는다면, 이미 한 세대가 지나간 것과도 같다.
경술국치에 절치액완했고, 조국광복을 위하여 헌신했던 독립투사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일제하에서 태어나 일제치하에서 교육받고 성장했던 인사들의 세대가 되었다. 이리하여 해방은 제1차 적으로 일본제국주의식민정책에서의 탈출이요. 일본제국주의의 쇠사슬로부터의 해방이었건만, 정신면에서의 해방은 극히 어려웠던 것 같다.

<의식 속의 일제잔상>
우선 일본제국주의의 교육정책은 한국민 수탈의 심부름꾼을 만들기 위한 것이요, 권위주의· 국가 우월 주의·군국주의를 고취하는 교육이었던 만큼, 식민지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아직도 일제식민지교육의 잔재가 완전히 불식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해방후의 정치나 경제나 문화는 이들 식민지교육위에 근거했기 때문에 민주주의적인 새 질서를 받아들이는데 그만큼의 진통이 따라던 것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또 해방은 민족의 염원이 성취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연합군에 의해서 부여된 것이었기에 독립의 사전준비조직이나 민족의 발언권이 타의에 의한 분할점령과 군정을 가져오고야 말았던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식민지에서의 우물안 개구리노릇만 해왔던 국민들이「네이션·빌딩」에 힙을 합치기보다는 자당과 자파의 이익을 위해 사색당쟁이 무색할 정도의 파쟁을 겪었고, 급기야는 피로 피를 씻는 동족상잔을 초래했던 것도 뼈아픈 반성이 아닐 수 없다.

<공산도당들의 죄악>
한편 우리에게 또 한가지 극히 불행했던 것은 「이데올로기」를 내건 적색분자들이 민족의 독립은 아랑곳없이 자기들의 이재민을 위해 대구 10·1 폭동사건, 여순 반란사건 등을 일으키고 급기야는 6·25남침을 감행하여 조국을 폐허로 만들었고, 민족의 분열을 1세대 이상이나 지연시켰다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천인공노할 공산도배들은 그러고서도 부족하여 민족문의 유대의식조차 말살하고 남한에 사는 동포들을 적으로 보도록 강제교육하고 있으며, 자유를 말살하고 획일적 빈곤에 허덕이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한은 착실한 경제성장을 이룩해가면서 정치·사회·문화·교육 등 각분야에서 자전의 가치를 체질화하기 위한 값비싼 체험들을 집적해왔다고 하겠다.
물론 우리가 피로써 지켜온 대한민국에서도 아직 자주국방이나 자립경제에는 부족하여 대미·대일 의존이 불가피한 실정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합군으로서 우리에게 해방을 가져다준 미국은 다시 6·25 상전을 계기로 피로써 맺어진 맹우요, 우리와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유대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사정은 대공의 국제십자군으로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 감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주한미군의 감축 등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 면에서 우리는 국군파월로 일부병력을 외지에 차출키도 했으나 아직도 미군의 계속 주둔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자립을 위한 몸부림>
경제면에서도 미국은 대한경원과 잉여 농산물원조로 한국경제의 부흥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고,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 합께 무상원조를 중단하게 되었다. 한국으로서는 이제 수원국의 입장을 벗어났기에 떳떳하기는 하나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하여서는 외국자본의 도입이 계속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에 편승하여 일본자본이 진출하고, 우리의 대일 의존도는 늘어만가 경술국치당시를 회상하게 되니 경계의 눈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교육면에 있어서도 지나친 획일주의와 편벽한 기술교육 진흥주장 등으로 인문으로서의 존엄과 자주성이 오히려 등한시되는 풍조가 생기게 되었고, 향악주의 찰나주의 0X주의가 일세를 풍미하게 된 과오를 저지르기도 했다. 사회면에 있어서는 빈부의 격차가 날로 벌어져 취업자중에도 헌법이 보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향유치 못해 이 때문에 사회적 긴장이 더해가고 있음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동포애와 민족혼의 함양으로 상부상조의 미풍이 되살아나야 할 것이고, 사회적인 정의가 완성되어야 할 것이다.

<참다운「해방」의 전취>
해방 후 25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북한주민은 공산주의의 쇠사슬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민족의 숙원인 통일은 평화적 수단에 의해서는 거의 무망한 것 같은 절망감조차 주고 있다. 북한괴뢰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포를 하루속히 구출, 해방하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국제간의 긴장이 조화되고, 우리의 민주역량이 북한에 대하여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날을 기해야할 것이지만, 통일문제를 논함에 있어 우리로서 끝까지 지켜야할 원칙은 우리 헌법상 절차에 따른 「유엔」의 통한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통일에의 여정은 여전히 멀고 험난하다는 것을 에누리없이 인식하여 너무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민족문의 유대의식을 강화하고 북한동포를 자유화·민주화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먼저 남한을 질서 있고 부강한 민주사회로 건설해나가야 할 것이다.
광복 25주년을 맞아 우리는 우리사회가 이제정신면에서 온갖 일제적인 잔재로부터 탈피하여 자주성·진취성·협동성·인권의 존엄성 등이 최대의 미덕으로 간주되는 민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스스로 제2의 해방을 기약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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