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을 마셨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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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각 제과점·다방 및 가정배달을 통해 널리 소비되고 있는 시판우유에 대장균이 허용기준량의 3∼5천배. 일반 잡균이 10배 이상이나 득실거린 사실이 밝혀졌으나 주무부서인 농림부나 위생감독 부서인 보사부가 7일 현재 아무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있다.
소비자들은 지난 5일 1병(1백 80cc)에 대장균 5백 40만마리 가까이, 일반 잡균 9천만마리 이상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우유가 아니라 대장균을 마셨다」면서 놀랐다.
보사부가 생산업소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농림부에 요청하자 농림부는 보사부의 검정결과에 의아했음인지 우선 목장의 위생관리와 생산과정 및 유통과정에서의 오염여부 등을 합동으로 조사한 후 결정하자고 제의, 양부가 합의를 보았을 뿐 판금조치 등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대장균 우유에 대한 관계당국의 이 같은 태도는 감독과 위생관리를 농림·보사 양부가 이원적으로 다루게된 행정구조가 원인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1천 8백여 목장의 1만 8천 8백 20마리의 젖소 관리와 우유의 생산과정을 전담한 우유처리장은 축산물가공처리법의 규제를 받는 농림부 소관이다.
이에 반해 보사부는 식품위생관계의 손길을 우유 처리장에 뻗칠 수 없기 때문에 이처럼 대장균 우유의 범람을 가져온 것으로 관계자들은 풀이하고있다.
원래 처리장은 살균·세병·균질·자동 포장기·냉장시설 등이 모두 갖추어져야 제품을 신용할 수 있으나 전국 26개 처리장 중 시설이 완비된 곳은 극히 적다고 보사부가 밝히고 있다.
또 하치장과 판매업소의 냉장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섭씨 5도 이하의 온도에서 보관이 어렵고 더우기 가정배달의 경우는 보관이 전혀 되어있지 않다. 이 같은 유통상태에서는 설사 처리장에서 1∝당 대장균 10마리 이하의 기준이 지켜지더라도 균이 폭발적으로 증가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갈 때까지는 대장균과 잡균 투성이가 되고 만다는 것. 한 위생당국자는 대장균은 각종 질병의 오염원이 되고 잡균 속엔 각종 병균이 섞일 수 있기 때문에 「솔직이 말하면 이 같은 우유는 먹지 말아야 한다』고 털어놓고 『우유의 철저한 관리를 위해서는 농림·보사 양부의 이원적인 행정체재를 일원화,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감독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유생산업자들은 각각 긴급대책을 논의하는 등 법석을 떨었으며 세균의 오염은 제작과정이 아니라고 유통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라 발뺌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다음날인 6일 하루만도 전보다 판매량이 20%나 줄어들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매상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농림부는 시설미비처리장에 대한 행정조치를 할 수 있음에도 낙농 진흥을 구실로, 보사부도 하치장과 판매업소에 대해 식품위생법을 걸어 행정처분을 할 수 있음에도 이 법으로는 우유 l병씩 모두 검정해야하는 복잡한 절차를 이유로 각각 조치를 미루고 있어 결국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이다.<주섭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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