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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 잃어버린 시민「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울시가 지난 68년부터 시민「아파트」 4백 3동을 건립한 이래 처음 올해 들어 실시했던「아파트」입주자 실태조사는 예기치 못했던 어려운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지적된 것은 영세민이 집단화함으로써 정치 이용세력의 침투가 쉽고 압력단체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관심도를 역이용하기 쉬운데 이에 대비할 행정침투가 어렵다는 것.
입주자 1만 3천 2백 80가구 약 10만명을 대상으로 했던 이 조사는 또 입주자들이 정부 의존도가 높아져 협동심이 적으며 공덕심이 적어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실의 뒷받침으로는 건립취지에 어긋나는 전매행위가 성행하고 분양금 징수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 등을 들었다.
또 입주자들의 여론이 「아파트」 안전도에 불신을 갖고 있으며 보강공사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여 불만은 더욱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곁들여 「아파트」 생활양식에 익숙하지 못한 입주자들의 갑작스런 「아파트」시설에 대한 욕구불만 등이 겹쳐있음이 드러났다.
서울시가 당초 「아파트」건립을 계획한 것은 무허가 판잣집을 없애고 주택현대화로 생활현대화를 이룩한다는데 목적이 있었다. 또 서울시 「아파트」건설사업소의 한 관계자의 말처럼 『정부의 정치적 이용에도』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사결과 당초에 노렸던 소기의 목적과는 정 반대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관계관은 『야당의 이용대상이 된다면 차라리 문제는 간단하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집단생활권이 형성되었고 「아파트」의 구조상 침투가 쉽다는 것.
이처럼 서울시는 「아파트」계획을 마련하기에 앞서 검토했어야 할 사회·심전학적 고찰을 소홀히 했고 도심지 인구분산 등도 도외시 한 채 귀중한 공원·녹지대만을 없앤 결과가 되고 말았다.
서울시는 이 입주자 실태를 지난달 정부·여당 연석회의에 보고, 앞으로 시민 「아파트」 대신 중산층「아파트」를 중점 건립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무허가 판잣집 해결은 광주대단지를 위성도시로 개발,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다만 이미 건립한 4백 3동의 시민 아파트에 대해서는 당면시책과 장기대책으로 대비할 계획을 세웠다.
당면시책은 ⓛ보강공사를 빨리 마쳐 입주자의 불안을 없애고 ②입주자가 부담해야 할 내부공사도 보완해주고 ③각 동마다 배치돼있는 집장과 보안관이 계획교육을 펴도록 한다는 것이며 장기대책은 ①주민조직을 적절히 활용하고 ②취업알선을 해주고 ③도로환경정비 등 생활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전매행위를 철저히 막아 일반 입주자들의 아파트 관리에 대한 불만 등도 없앤다고.
무단전매 입주자가 전체가구의 34%나 되고 이들이 시민 아파트 시설에 불만이 두드러지게 많아 전매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매행위는 오히려 서울시가 권장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민「아파트」의 「슬럼」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활환경 조성도 서둘러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입주자의 생활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시민 「아파트」는 벽만 헐면 얼마든지 넓은 단위주택을 꾸밀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영세시민 「아파트」를 중산화 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이 입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민 「아파트」 지구마다 중산「아파트」를 건립하여 「슬럼」화를 막으려던 서울시가 이에 실패한 실정 아래서는 입주자의 계층을 다양화하여 이를「커버」해야 한다는 것.
「아파트」 보강·보수는 물론 상·하수도·도로환경정비, 생필품「센터」 설치, 어린이놀이터·탁아소·병원 등 후생시설과 통신·오락시설의 완비도 시급하다.
「아파트」 고층부분의 간막이를 헐어 입주자의 일터가 될 가내공업「센터」를 유치하고 야간교실·유치원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원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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