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운 걷히는 중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짙은 전운에 가렸던 중동에 어렴풋하나마 평화에의 한줄기 밝은 빛이 비쳤다.
이른바 「로저즈」 중동 평화안을 끈질기게 반대하던 「이스라엘」이 진통을 겪은 제4차 각료회의에서 마침내 압도적 다수표로 이 미국 평화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평화안을 수락할 경우 연정에서 탈퇴하겠다는 우익「가할」당의 위협을 물리치고 「골다·메이어」「이스라엘」수상은 드디어 평화에의 첫 걸음을 내디디게 되었다.
미국 평화안은 90일간의 시한부 휴전과 「야링」「유엔」중동평화특사 중재하의 「이스라엘」-「아랍」 간접 평화협상을 골자로 하고있다.
미국 평화안이 「아랍」측에 의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완강히 이를 반대해온 「이스라엘」이 부득이 미국안에 동의하게 된 이유는 분명치 않으나 아마도 「닉슨」 미국 대통령이 30일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전을 꼭 보장하겠다고 연거푸 다짐한데 있는 것 같다.
통일 아랍공화국과「요르단」에 이어 「이스라엘」이 세 번째로 미국 평화안을 지지함으로써 휴전과 협상의 문호는 열리게 마련이나 이 평화안은 그 부산물로 「이스라엘」과 「아랍」세계에 각각 분열의 씨를 뿌렸다.
「이스라엘」연정의 와해 위기도 이 때문이거니와 아랍세계의 자중지란도 심각하다.
미국 평화안이 자기들의 운명개선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판단한 「팔레스타인」저항파들은 「시리아」, 특히 주「요르단」「이라크」군대의 지원을 얻어 계속적인 항전을 고집하고있어 경우에 따라선 「아랍」공화국 군대와의 충돌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나세르」가 맨 먼저 미국안을 수락한 저의는 소련의 종용도 있었겠으나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과 그의 후견국인 미국을 분열시키려는 데도 있었을지 모른다.
「이스라엘」의 결정으로 그의 속셈은 뒤틀려지게 된 것 같다.
이제 중동의 주역들이 협상 참가 의사 표시를 하게됐다 하더라도 선 협상, 후 철수를 주장하는「이스라엘」과 선 철수, 후 협상의 아집에 묶여있는 「아랍」의 고집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협상전도에는 넘어야할 난관이 많이 있다.<신상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