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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아졌다는데 … '삼성전자 착시' 심해진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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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겉으로는 호조, 알고 보면 난조.’

 상장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예상 밖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오히려 뒷걸음을 쳤다. ‘삼성전자 착시효과’다. 전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삼성전자가 차지한 비중도 무려 41%까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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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코스피 기업 501개사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매출액(929조원)은 전년 동기 대비 2.35% 늘었다. 영업이익도 4조8158억원(9.55%) 증가해 55조원을 넘었다. 엔저와 중국 경기부진 등으로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6조1594억원(50.69%)이나 늘었다. 만일 삼성전자를 제하고 계산할 경우 코스피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조3436억원(3.51%) 줄고, 순이익은 무려 3조7668억원(14.88%) 급감한다. 삼성전자의 뒤를 잇는 영입이익 상위 2∼5위 기업(현대차·SK·기아차·포스코)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삼성전자 독주체제가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 이승현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이 너무 뛰어나 마치 국내 기업 전체의 실적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삼성전자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 상반기 국내기업 실적은 특별한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전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29%에서 올해는 41%에 육박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24%에서 33%로 뛰었다.

 상장기업들의 업종별 성적표를 보면 의약품·전기전자·섬유의복 기업들이 30% 안팎의 높은 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흑자 전환한 의료정밀까지 합할 경우 총 17개 업종 중 4개 업종만 실적이 개선된 셈이다. 실적 개선이 가장 두드러진 의약품 업종의 경우 지난해 4월 정부의 약가 인하 방침에 따라 실적이 곤두박칠치면서 올해는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업종은 삼성전자가 끌고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가 밀었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각각 3483억원과 718억원의 영업손실을 했지만, 올해 1조3106억원과 4113억원의 흑자를 내며 ‘백조’로 변신했다.

 나머지 13개 업종에서는 실적이 나빠졌다. 특히 종이목재·철강금속·유통·화학 업종은 중국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순익이 지난해보다 30∼40%가량 줄었다. 올 상반기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회사는 모두 8개였다. GS건설(6946억원)의 적자폭이 가장 컸고, 한국전력(4363억원), 삼성엔지니어링(1974억원), 대한항공(1974억원)도 거액의 손실을 기록했다. 해운업계 불황으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1000억원대 적자를 봤다.

 코스닥 기업도 실속이 없었다.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63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은 10% 이상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45%, 순이익은 10.19%나 줄었다. 코스닥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IT 업종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코스닥시장본부 김재향 팀장은 “상반기 반도체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반도체 중소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예정돼 있어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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