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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이슈] 일한 만큼 빠르게…기업 승진제 창조적 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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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기업의 승진.인사 시스템이 달라지고 있다. 승진 연한이 없어지는가 하면 수시로 인사를 해 기업에 인사철 이 따로 없다. 임직원 평가 방식도 변해 승진을 좌우하던 상사 평가의 비중이 줄어들고 자기 스스로 점수를 매긴 후 상사와 협의하는 기업도 있다.

GM대우차는 올해 인사부터 부장급 이하 간부는 일정 기간을 두던 승진 연한제를 없앴다. 예전엔 사원이 3년을 근무해야 대리로 승진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으나 앞으론 사원 1년차라도 대리로 승진할 수 있다. 입사 후 빠르면 5년만에 임원이 될 수도 있다.

GM대우차는 이에 앞서 이사부장.이사 자리를 없앴다. 상무-전무-부사장-사장으로 임원의 직급을 단순화했다. 또 과장과 차장을 '차장'하나로 묶어 간부의 직급을 사원-대리-차장-부장의 네 단계로 줄였다.

GM대우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GM본사의 직급체계와는 관계없이 독자적인 인사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의사결정 단계를 단순화해 결정을 빠르게 내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부터 연말 연초 정기 대규모 승진인사와는 별도로 수시로 승진인사를 단행하는 '상시 인사시스템'을 도입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연말에 한차례 실시하는 대규모 정기 인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측은 "비정기 승진 인사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배치하고 그에 걸맞게 직급을 올려 주는 게 경영효율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평가 제도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비스는 사내 인트라넷 안에 인사평가시스템 메뉴를 따로 마련했다.

이 메뉴를 통해 직원들이 자기 목표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비스 관계자는 "인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상사의 일방적 평가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IG생명보험의 종합적인 승진평가도 눈에 띈다. 점수로 승진 여부를 가리는 획일적인 승진평가를 하지 않는다. 직원 자신이 업무수행 평가의 점수를 먼저 매기고 그 평가에 대해 상사와 논의한다.

서로 차이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 왜 그런 점수를 매겼는지 의견을 교환하여 조정을 한다. 이에 따라 자신의 업적에 대해 자신과 상사간의 유기적인 평가가 가능해졌다.

AIG생명보험측은 "업적이 뛰어난 직원에 대한 고속 승진인사 결정이 종종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직급별로 차별화된 승진자격시험이 특징이다. 과장승진 자격시험 안에는 ▶이동전화 기술▶전송망 기술▶무선데이터 기술과 IMT-2000 등의 과목이 들어 있다.

이밖에도 전기통신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전파법 등의 법률지식을 갖춰야 승진할 수 있다.

온라인 교육시스템(VLS) 과정을 꾸준히 이수해야 하는 등 '입사 후 재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승진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리자를 구별하는 성격의 직급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승진 평가 등과 같은 인사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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