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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각국 정상 맞을 콘스탄티놉스키 궁 마무리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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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 옆에 있는 G20 정상회의 로고. 말에 탄 사람은 이 도시의 건립자인 표트르 대제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페테르곱스카야 로(路)에서 콘스탄티놉스키 궁전 방향으로 커브를 튼다. 크림색의 길고 웅장한 건물을 궁전의 옛 주인 표트르 대제의 기마상이 지키고 있다. 세 개의 거대한 아치가 궁전 공원으로 안내한다. 수로들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선, 정교한 분수대, 우아하게 꾸며진 화단과 잔디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6일 뒤면 전 세계에서 수십 명의 외빈과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려와 이러한 정적도 깨질 것이라니 상상하기 어렵다. 9월 5~6일, 이곳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콘스탄티놉스키 궁전은 유명 관광지인 페테르고프 조금 못 미쳐 있는 스트렐나에 있다. 이 궁전은 핀란드만의 남쪽 기슭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사방이 샛강과 운하로 둘러싸여 있다.

콘스탄티놉스키 궁전은 이전에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맞은 경험이 있다. 2003년 5월에는 이곳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300주년을 맞았다. 축하행사에는 45개국 정상이 참가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이뤄졌다.

또 2006년에는 G8 정상회의가 열렸고, 이제 곧 러시아는 콘스탄티놉스키 궁전에서 G20 회원국 정상들이 이끄는 33개 공식 대표단을 맞게 된다.

회담 장소의 주요 컨셉트는 주최 측의 아이디어에 따라 ‘정상회담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의 최소화’로 결정됐다고 G20 정상회의 조직위원회 위원인 올렉 차추린이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각국 정상을 맞이할 궁전 왼쪽 날개 부분의 현관 근처에 정상회담을 알리는 표시라고는 G20 로고가 들어있는 추상 디자인 마크밖에 없다.

러시아 국기의 색을 따서 만든 로고는 러시아 수프레머티즘(절대주의, 지고주의라고도 하는 러시아 혁명 이후의 회화 이념)의 특징을 띠고 있다. 이 아방가르드 미술 이념은 ‘검은 사각형’의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가 주창했다. 수프레머티즘의 발생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라 할 수 있다. 말레비치의 수프레머티즘 작품들이 처음으로 전시된 곳이 1915년 12월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마지막 미래주의 전시회 0.10’이었기 때문이다.

궁의 1층과 주방을 연결했던 옛날식 리프팅 장치에 들어선 현대식 엘리베이터가 방문객들을 1층으로 안내한다. 총회가 열리는 곳은 ‘트로얀스키 홀’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스트렐나가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구 500만 명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정상급 외빈들이 대규모로 방문하면 교통혼잡을 부를 수밖에 없다. 반면에 스트렐나에서 회의 참가자들은 업무는 물론 숙박도 가능하다. 이번 정상회의를 맞아 특별히 풀코보 공항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순환도로를 잇는 도로가 건설됐고, 이에 따라 외빈 행렬은 꽉 막힌 풀콥스코예 고속도로를 피해 15분 만에 스트렐나에 당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상회의 기간 동안 스트렐나 일부는 폐쇄돼 상트페테르부르크 고속도로를 통한 자동차 및 여객 통행이 제한되며, 특별통행증이 있어야만 이 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페테르고프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버스노선은 우회 운행된다.

수로를 통한 접근, 즉 궁전 공원으로 연결되는 핀란드만의 일부도 차단된다. 이곳 수역 전체는 이미 황색 경고부표로 차단됐고, 경계선은 군용선들이 지키고 있다. 또 수중에서는 잠수부들이 수시로 바다 밑바닥을 점검한다.

다음 달 5~6일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콘스탄티놉스키 궁의 ‘골루보이(푸른색) 홀’. 궁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스트렐나에 있다.

러시아 G20 정상회의 준비 어떻게
궁전 뜰에 양자회담용 누각 설치 … 만찬 메뉴는 극비

이번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6000만 달러. G20 회원국 정상들은 전통에 따라 핀란드만 기슭에 있는 ‘콘술스카야 데레브냐’(영사 마을)에 머문다. 이 마을에 있는 2층짜리 전원형 주택들은 각각 러시아 대도시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였으며(상트페테르부르크, 사마라, 코스트로마, 아스트라한, 카잔), 주택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러시아 지도를 연상하게 한다.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문다.

정상들을 수행하는 공식 대표단원들도 영사 마을에서 숙박하지만 개별 전원주택이 아니라 러시아 전통 농장 건물 스타일로 만든 5성 호텔 ‘발티스카야 즈베즈다’에 머물게 된다. 정상회담을 위해 이 호텔에는 테라스를 추가로 만들었다. 정상회의를 보도하는 언론인 3000여 명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내의 호텔에 묵게 되며, 공식 호텔은 ‘모스크바’ ‘SOKOS 바실리옙스키’ ‘Park Inn 프리발티스카야’ 세 곳이다. 취재진의 회의장 이동은 수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의 일상 리듬이 깨지거나 교통 흐름이 방해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수중익선 대신 버스편이 제공된다.

G20 메인 회의는 ‘므라모르니(대리석) 홀’에서 치러진다. 홀에는 이미 특별 원탁이 설치됐다. 원탁의 재료는 고급 다크우드로, 무광택 재질이 홀 벽 대리석의 차분한 광택과 잘 어울린다. 연한 노란색 바닥은 자연석으로 깔았고, 벽의 밝은 회색과 창틀을 이루는 기둥의 황토색은 ‘대리석처럼 보이는’ 특별한 베니스 회반죽으로 만들었다.

궁전 내·외부에는 어떤 변형도 가하지 않았다. “칸막이 벽의 거울에 정상회의 로고가 박힌 특수 무광택 필름을 붙였다. 이것이 주최 측에서 궁전의 옛 인테리어에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 변형의 전부”라고 차추린 준비위원이 덧붙였다.

외빈들은 9월 6일 ‘골루보이(푸른색) 홀’에서 실무조찬을 한다. 그러나 정상회의 첫날 실무만찬은 페테르고프 대궁전(여름궁전)에서 있을 예정이다. 이때 외빈들은 클래식 음악 콘서트와 불꽃놀이 쇼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콘스탄티놉스키 궁.

주최 측은 식사 메뉴를 특급 기밀에 부치고 있다. 심지어 고급 요리의 우아한 풍미로 외빈들을 놀라게 할 요리 대행사의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본지가 겨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요리대행사는 2006년 G8 정상회의에서도 식사를 담당했던 ‘콩코드 케이터링’이다. 당시 미식가 외빈들은 신선한 야생딸기를 넣은 팬케이크에 곁들인 벨루가(큰 철갑상어) 캐비아(철갑상어알), 페테르고프식 철갑상어 요리, 타라곤(쑥의 일종) 셔벗, 그리고 배로 만든 나스토이카(알코올 음료)를 통해 주최국 러시아를 기억하게 됐다.

콘스탄티놉스키 궁전에는 와인 셀러가 있다. 돌로 된 동굴 안에 세계 최대 고급 와인 컬렉션 중 하나인 셀러가 있으며 여기엔 약 1만3000 병이 저장돼 있다. 컬렉션의 주를 이루는 것은 헝가리 와인 49종이지만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미국, 칠레, 남아공 등지의 와인 생산업자들이 만든 최상급도 있다.

므라모르니 홀 위에는 벨베데레(궁전 등의 위층에 전망용으로 만드는 일종의 옥상노대)가 있다. 이곳 창문에서는 바다의 신 넵튠의 삼지창을 상징하는 세 개의 수로로 나눠지는 정원이 내려다보인다. 표트르 대제는 이곳에 자신의 베르사유, 즉 자연이 인간에 완전히 종속된 기하학적인 정원을 만들고자 했다. 변형을 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이곳에서도 관철됐다. G20을 위한 화단도 전혀 새로 만들지 않았다. 단, 궁전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면을 따라 난 넓은 도로에 임시 파빌리온(누각) 두 개를 설치했다. 그중 하나에는 양자 회담을 위한 방들이 있고, 다른 하나에는 G20 회원국 대표단의 국가별 본부가 위치할 예정이다.

이틀간의 정상회의는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버릴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는 말한다. 그들은 G20 정상회의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투자자와 관광객의 관심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오르기 폴탑첸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은 말했다. “300주년 기념축제 후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객 유입이 13% 늘었고, G8 정상회의 후에는 8% 늘었다”며 “지난해 관광객 수가 600만 명을 돌파하긴 했지만 이번 G20 정상회의 후에도 관광객이 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리야 골룹코바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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