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도 고령화·저출산 문제 … 복지 위해 증세는 당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정치인은 나이가 적든 많든 모든 국민을 대변해야 합니다. 이런게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 아닐까요.”

 31세의 나이에 복지국가 덴마크의 보건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아스트리드 크라그(사진) 보건부 장관이 한 말이다. 그는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되레 나이가 많은 사람들만 의회에 모여있는 게 더 문제”라고 강조했다. 크라그 장관은 25세 때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9세 때인 2011년부터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덴마크 장관 21명 중 최연소다. 보건복지부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크라그 장관을 2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 덴마크 언론이 나이 어린 여성 장관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기도 하던데.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이 얘기가 나온다(웃음). 정치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을 고루 대표해야 한다. 각 연령대의 사람마다 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게 있다. 정부 정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중의 삶에서 동떨어진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나는 장관이 된 뒤 임신을 해서 남편과 출산휴가를 받았다. 지금도 방학 때면 직장(의회)에 아이를 데려와서 업무를 본다. 정치인들이 가족과 개인 삶의 중요성을 앞서서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장관이지만 엄마이고 아내다. 난 15세 때부터 대형마트·유치원·병원 등에서 꾸준히 일하며 사회경험을 해왔다. 고등학생때는 청년 사회인민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경험이 적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크라그 장관은 룬드벡·노보 노디스크 같은 덴마크 의료·제약 기업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에 왔다. 이 분야에서의 협력과 한국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다.

 - 한국과 어떤 협력이 가능한가.

 “한국과 덴마크는 고령화·저출산 등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덴마크는 복지강국으로서의 경험을 한국과 공유할 수 있다. 한국은 로봇 등 최첨단 기술과 혁신의 나라다. 한국의 기술을 상용화해 북유럽에 진출하는데 덴마크가 좋은 테스트 시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덴마크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덴마크 전역에 70억 달러를 투자해 16개의 ‘슈퍼병원(Super hospital)’을 만들 계획이다. 첨단기술이 집약된 최소 10만㎡ 의료 단지를 16개 짓는 것이다. 덴마크 중세 이후 최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기대한다.”

 -덴 마크는 복지 재원을 세수에 의존하고 있다. 조세부담률은 50%에 육박한다. 저항하는 대중을 어떻게 설득하나.

 “장기적으로 (증세가) 모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다. 덴마크인들은 교육·의료에 쓰는 돈을 걱정할 일이 없다. 현재 덴마크인과 한국인들의 교육·의료 지출비용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지 알 수 있다. 또 국민의 세금이 부정부패로 인해 다른 데 쓰이지 않고 복지혜택으로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걸 명확히 해야한다. 덴마크가 복지국가가 된 데에는 노동조합들의 영향도 컸다. 노조가 근로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채승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