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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범죄없는 옛유행지…「뉴 칼레도니아」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천연색지도를 필치면 대평양에 흩어져있는 수많은 섬들은 흡사 밤하늘의 성좌와도 같다. 호주와 「사모아」 섬 중문에 자리잡은 매혹적인「프랑스」령 「뉴갈레도니아」 섬도 이른바 「바다의 성좌」 가운데의 하나이다. 이 섬을 여행하기 위해 「뉴헤브리더즌제오의「빌라」시에서 여객기에 올랐다. 이 4발대형여객기는 「하늘을 나는 궁전」이라할만큼 호화스러운데다가 여객들은 한결같이 성장한 신사숙녀들이다. 허름한 옷을 걸친 내 모습은 걸인과도 같이 초라해보였다.
언젠가는 비행기에서 노래자랑을하며 즐겁게 지냈으나 이여객기에서는 모두들 시치미를 떼며 점잔을 빼고 보니「노래자랑」이나 하자고 제의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창가에서 바다를 내러다보노라니 「뉴헤브리디즈」제도가 꿈나라처럼 아스라히 보이며문뜩 원주민믈에게 지은 나의 죄가 뉘우처졌다. 그것은 선량하기 그지없는 그들에게서까지 세계풍물을 소개해존 대분로 금전을 받은 것에 대한 뉘우침이다. 아무리 여비를 벌어야 하기로서니 원죄와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을만큼 우매한 원주민들에게서까지 물질적인 도움을 받은 것이 너무나 야박하게 보여 금전을 왜 뿌리치지 못했나하고 자꾸만 후회되었다.
소년에게서 은화를 빼앗은 「장· 발장」이 나중에 뉘우치며 울부짖는 심정이랄까, 어떤 죄의식이 사무쳐지는 것이다. 내게 친절을 베풀어주었던 그 원주민들의 연골이 떠올랐다.
「뉴해브리디즈」제도를 떠난지 약2시간만에 「뉴칼레도니아」의 비행장에 내렸다. 「프랑스」국기가 나부끼고 「프랑스」관리들이 득실거렸다. 첫 인상이 「프랑스」의 「분국」이 아닌가할만큼 「프랑스」 냄새가 풍겼다. 이 공항은 대평양의 항공 요지로서 최신형 「제트」여객기들이 보였다. 여객기에서 내리자마자 살갗에 닿는 공기가 가을 바람처럼 산산하였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에서도 창문을 닫아야 할만큼 한기가 스며들었다. 남위20∼30도 사이에 내려왔으니 그럴밖에 없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이곳은 지금 가을인 것이다. 지금까지만 지역에서 보아오던 열대우림은 보이지 않고, 이 섬의 평지에는 관목림과 초원뿐이었다.
이 「뉴칼레도니아」 섬의 서울「누메아」시에 들어서니 「프랑스」사람들을 비롯한 「유럼」사랍들이 많이 보였다. 백인이 이것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니 식민지 가운데서는 「퍼센티지」로 보아 백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지금까지 다녀본 대평양의 여러섬들에는 으레 화교가 살며 경제권을 쥐고 있건만이 「뉴칼래도니아」 섬에는 「차이나·타운」이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서는 중국인을 입국시키지 않기 매문이다. 그러나 어떤 거리에는 「금룡사가」란 중국음식점의 간판이 보였다. 어떻케 해서 중국인이 와 사나 하고 알아브았더니 이요리점 ㅡ 가는 「타이티」 섬에서 귀화해온 사람이었다.
이 서울은 남태평양도서지역 특히 「멜라네시아」의 유일한 근대적인 문화도시로서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이며 총독이 수재하고 있는 곳이다. 「프랑스」식 「빌딩」이 많음뿐 아니라 큰 백화점이 있어 백인들이 흥청거렸다.
다음날은 연말이라 백인들은 바닷가에 나가서「모터·보트」를 타며 즐기는데, 원주민들은 닫힌 이점의 「쇼윈도」에 모여 상품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섬의 주인은 실은 원주민이건만 백인들이 지배한 역사는 꽤 오래다. 섬의 이름은 약2백년전 영국인 「쿡」이 발견하여 「스코를랜드」의 옛이름을 따서 붙인 것인데, 그뒤「프랑스」사람이 많이와서 결국「프랑스」영토가 되었으며 1860년에는 독립식민지가 되었다. 더구나 이섬의 개척사가 재미있다. 1864년에는「프랑스」 본국의 정치범과 중범죄자들의 유형지로 쓰이었는데, 1905년옌 유형수가 약 8천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누메아」시의 앞섬에는 그때 정치범들을 가두었먼 독방의 자리가 남아있다. 1938년에 유형제도가 폐지되어 죄인들은 자유민족로서 석방되었는데,이섬의 일인가운데는 이들의 자손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시민들은 정치범·중범죄자들외 자손이기 때문인지 「프랑스」 본토사람보다는 어딘가 날카로와 보였다. 범죄심리학이나 관상학에서도 범죄자는 관상부터가 남과 다르다고 하지않는가. 어떤「프랑스」사람에게 이섬엔 범죄자의 자손이 많이있다고 하는데 이섬의 범죄실태가 어떠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는 이곳은 지상천국인데 범죄가 있겠느냐고하며 도리어 반문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범죄성을 지닌 그전 범죄자의 자손들은 이 아름다운 자연에 순화되 때문이 아닐까했다. 악마를 천사로 만들 수 있는 지상의 낙원이 어쩌면 이 「뉴칼래도니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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