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군 감축 협의의 전제 조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미군사령부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군사 고위 실무자 회담을 통해 미군 감축에 앞서 한국군 현대화의 조속한 실천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의 무기 현대화 문제는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가 제기되기 이미 오래 전부터 요구되어 왔던 것이며, 그것은 한국의 방위 능력 향상을 위해 절대적인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의 요청에 따라 한국군의 무기 현대화를 위해 적지 않은 협조를 해 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5년 전 국군 파월시의 이른바 「브라운」 각서의 실천이라든가, 1·21 사태 후의 1억「달러」 특별 군원, 그리고 해마다의 통상 군원을 통한 기여 등 지금까지도 미국이 한국군의 무기 현대화에 끊임없이 협조를 해왔음은 다 아는 바와 같다.
그러나 한국군의 무기 현대화는 아직도 만족할 상태가 못되며, 개선의 여지는 많은 것이다. 한마디로 국군 무기의 현대화라고 하지만, 그것은 실질적으로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즉 그 하나는 북괴의 도발에 직면해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갖추는 것이며, 또 하나는 전쟁을 사전에 저지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추는 것이다.
또한 무기 현대화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또는 여건의 변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5년 전에 요구되었던 무기 현대화와 오늘의 시점에서 요구되는 무기 현대화는 다른 것이 있을 것이다. 또 주한미군이 그대로 현상을 유지할 때와 감축할 때도 다를 것이다. 무기 현대화는 일진월보하는 무기 체계의 발전에 발 맞추어야 할뿐만 아니라, 변천하는 적의 장비 현황에 비추어서 능히 이를 격파할 수 있도록 상대적인 우위가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우리가 다시금 날카롭게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국군의 무기 현대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전기한 바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할 것은 물론, 새로운 현실 문제로서 제기된 주한미군의 감축이라는 여건의 변동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에 앞서서 필요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감축은 상대적으로 한국군의 전투력 강화를 요구하고, 그것으로써 보완된다고 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요구되는 한국군의 무기 현대화를 위해 미국이 확실한 보증을 주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챔임을 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한미 군사 실무자 회담에서는 모든 것에 우선하여 국군 무기의 현대화 문제의 성명과 그 범위 및 장차에 대한 보증 등 뚜렷한 기본 원칙을 먼저 합의하는 방안에서 회담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국군 무기 현대화를 위해 전폭적으로 협조하느냐, 않느냐의 문제는 미군 감축 후의 국군 전투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물론, 한국에서의 긴장 사태를 효과적으로 저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도 직결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은 「닉슨·독트린」을 배경으로 각국의 자주 방위를 촉구하고 있는 터이므로 그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그것은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1일 「워싱턴·포스트」지가 그 사설에서 주한미군 감축 계획은 「닉슨·독트린」이 이론에서 현실로 어떻게 옮겨지는가를 보여주는 지금까지의 어떠한 조치보다도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거니와, 주한미군의 감축에 따른 한국군 무기 현대화를 비롯해서 유사시 미군의 지원 책임의 불가피성을 분명히 해둔다는 것은 미국 자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실로 한국군의 무기 현대화는 비단 한국의 방위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극동의 안보와 전체 자유 세계 그리고 미국 자체의 국가 이익과도 일치하는 것임을 우리 정부는 분명히 상대방에게 설득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