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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테나〉강조된 한·화·일 3국의 이념결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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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 경단련 회관에서 3일 동안 열렸던 화일 협력위 제15회 총회는 주은래 4개 원칙 선풍 후 처음으로 파일 양국의 정계·재계·문화계 중진들이 교환하는 것으로서 「주4원칙」에 대한 자유중국의 태도와 일본측의 응수에 지대한 관심이 쏠렸었다. 더욱 이 총회에는 일본측 요청에 따라 한일 협위의 백두진 회장과 백남억 정치부회장 그리고 김주인 대변인이 「업저버」의 자격으로 참석하여 화일 및 한일 협위의 연대화란 방향이 예견되어 주목을 끌어왔었다.
일본정부는 화일 협위회장에 대한 불온한 움직임을 미리 짐작, 기동경찰관을 동원, 삼엄한 경계를 펴기도 했다.
정경분리원칙재계 「멤버」가운데는 이 회의의 참석이 중공의 비위에 거슬릴 것을 염려하는 반면 정부 및 정계의 출석 권유 때문에 참석을 거부할 수도 없는 일부업체는 사장대신 간부사원의 대리출석이나 병결의 잔꾀도 고안되었다.
개막벽두, 중국 측 곡정망 대표는 『주4원칙은 일본과 자유중국의 우호관계를 파괴하자는 목적이 있다.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인 일본의 기업과는 금후 교역을 거절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연설했다. 이어서 이틀째 열린 정치부회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중공에의 자극을 피하려는 일본측과 주4원칙에 대한 반대를 공동성명안에 반영하려는 자유중국 측의 의견이 상반되어 마지막날 폐회식을 늦추고 절충하는 사태까지 빚어냈다.
결국은 주4원칙에 대해서는 『호혜를 원칙으로 하는 국제적인 무역관계에 「정치적 조건」등이 끼여드는 것엔 반대의 뜻을 표명한다』는 소극적 표현으로 그치고 주은래의 위혁에도 불구하고 재계다수가 협위에 참석한 것은 화일협위를 파괴하려는 중공의 의도를 일소에 붙인 것이라고 참가의 의의를 내세우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졌다.
이번 총회에서 특기할 것은 공동성명가운데 『새로운 「아시아」는 새로운 지도이념을 필요로 한다. 한화일 3국은 상조 연대하여 자국의 개발을 도모하고 동시에 「아시아」의 개발에 협력, 새로운 지도이념을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된 한화일 3국의 이념상결합이다.
「업저버」로 참석한 한국대표들은 한화일 협위의 연락위원회설치에 대한 화일협위의 결의를 우선 오는 8월 서울서 열리는 한일협위 상임위원회에서의 동의를 기다려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본은 한화일의 협력체제강화가 중공 또는 북괴를 자극할 것을 염려하면서도 공동성명 제1항에서 『「아시아」에 있어서의 공산주의는 이미 이념적으로 낡은 것이 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그 기교한 태도를 증대하고 있다』고 반공 적인 색채를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서 중공은 즉각 반발하기 시작했지만 민간 「레벨」의 협력기구, 특히 경제계의 중추들이 망라된 화일협위의 일본측 「멤버」가 이런 반공의 입장에 박수를 보냈다는 것은 또 하나의 결실이다. 공동성명등 대외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이번 화일협위에서는 이미 발표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 자유중국은 한국과의 공동운명체와 같아 감축 불가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일본측 일부에서도 미군 감축의 이유가 분명치 않다면서 미국이 재정상이유만으로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면 일본이 주일 미군비용을 증액, 한국 주일 미군의 비용에 원용할 수 있는 편법도 고려될 수 있다는 극단론까지 펴면서 미국의 「아시아」지역철수정책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시했다. 결국 파일양국은 미군의 감축이 「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행하여져야하며 그렇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침략의 위험성이 있는 지역에 한해야하며 미군이 태평양지역에서 손을 떼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한다는데 비공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하튼 중공의 위압에도 불구, 화일협위는 다시 결속의 깃발을 높였으나 주우화학 등 일부 기업이 탈락, 일본의 경제계는 자유중국 파와 중공파로 분열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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