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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방역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사부는 지난 7일에 발생한 진주 등지에서의 장티푸스 예방접종 집단 부작용 사건이 예방약의 관리 소홀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자가진단하고 예방접종 약 관리지침을 마련하여 각 시·도에 시달하고 11일에는 중앙방역대책회의를 연다고 한다.
보사부는 우리나라의 1백 92개 보건소 중 냉장시설을 갖춘 곳은 단 1개소도 없으며 보건소의 의사·간호원이 아주 부족하여 여름철 방역에 큰 차질을 주고 있음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다 한다.
여름철 더위와 장마로 곳곳에서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하고 올해가 뇌염 주기요, 또 작년에 발생했던 「비브리오·콜레라」균이 월동, 다시 말썽을 피울 가능성이 있다는 등 전염병에 대한 공포감이 늘고 있는데, 당국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보건대책을 알게 된 시민들의 불쾌지수는 높아만 가고 있다. 작년만 해도 보사부는 「콜레라」다, 아니다 하여 시기를 놓쳐 피해를 확대했던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동안에도 방역요원의 확보조차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전염병이 만연할 여름철을 맞았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중앙방역본부인 보사부에도 방역전담자 가운데 전문의는 단 1명뿐이며, 지방에는 도 보건과장 조차 의사가 아닌 곳에 있어 지방에서 의사전염병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지방 방역당국 의 처리가 미덥지 않아 단 한명뿐인 중앙방역전문의를 이리 뛰고 저리 뛰게 하는 한심스러운 상태라고 한다. 여름철이면 으례 있기 마련인 전염병대책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누가 보사부를 믿고 안심하고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작년의 「콜레라」 소동으로 보사부의 수뇌진이 완전히 갈리는 등 법석을 떨었으나 전문의의 증원은 없었고, 방역예산도 조금도 늘지 않았다고 한다. 당국의 불찰로 무고한 생명을 수없이 희생시키고도 관계 직원들만 갈면 책임을 다한 것인 줄 알았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 것인지 한심스럽다. 본 난은 보사부의 방역예산 증액과 방역 전문요원 양성을 누차 강조한 바 있거니와, 아직도 이렇다 할 개선이 없었음은 큰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가 벌이고 있는 모든 건설사업과 농어민 소득증대사업 등은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잘 산다는 것은 우리의 경우 물질적인 풍족뿐만 아니라, 우선 질병의 공포로부터의 해방이 포함돼야 할 것으로 우리는 믿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름만 되면 질병에의 공포에 떨고있어야 하니 정부의 방역대책의 개선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방역을 위한 예방약이 취급 당국자의 관리소홀로 진짜 병균이 되어 시민들을 사상케 했다고 하면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가배상을 하여야만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잘못 놔준 종두 때문에 생긴 부작용으로 사망한 자에게는 3백만원, 후유증 이 발생한 자에게는 1백 50만원을 각각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 실례를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보사부는 인명구호를 위한 예방접종이 인명단축을 초래하지 않도록, 최선의 주의를 다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진주의 장티푸스 예방접종 집단 부작용 사건도 ①의사·간호원 등 책임 있는 의료 요원의 수가 피 주사자의 수에 비해 훨씬 적고 ②냉장시설 등 각종 시설 기구가 부족하고 ③방역담당자에게도 지식이 없어 약을 과용하고 이상 체질자 등을 가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체판단하고 있는 이상, 정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임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보사 당국은 올 여름철에 모든 시민이 질병의 공포에서 해방되어 편히 쉴 수 있도록 최선의 예방책을 강구해 주기를 거듭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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