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색 빙자한 광고장사 못하게 … 포털 꼼수에 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컴퓨터가 고장 났다. 수리 업체 가운데 ‘컴닥터’라는 곳이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연락처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검색창에 컴닥터를 입력한다. 첫 화면에만 10여 개의 업체 이름이 뜬다. 모두 컴퓨터 수리를 해준다는 곳이지만 20여 년 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원조 ‘컴닥터119’는 찾아볼 수 없다. 이 회사 이병승 대표는 지난달 새누리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때 직원이 100명이 넘고 1300여 개에 달하는 체인점을 운영했지만 2007년부터 네이버가 우리 짝퉁 회사들을 검색 광고로 내보내면서 이젠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까지 왔다”고 하소연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대표와 비슷한 일을 겪는 온라인 중소상인이 줄어들 전망이다. 대형 포털이 온라인상에서 광고와 단순 검색을 구분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검색-광고 분리를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27일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곧 네이버 등 포털이 광고성 정보를 단순 검색 결과와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대부분의 인터넷 포털 검색 이용자들이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와 검색 결과를 구분하기 어려워한다”며 “개정안을 통해 광고는 배경 색상이나 글자 모양 등을 달리해 이용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특정 검색어를 치면 검색 결과가 아니라 연계 광고 사이트부터 수십 개씩 뜬다. 소비자들은 순수한 검색 결과인 줄 알고 클릭해 들어갔다가 특정 업체로 연결되는 광고로 드러나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광고라 하더라도 검색이 자주 된, 곧 사람들이 많이 찾고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업체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나오면 다행이다. 실상은 돈을 많이 낼수록 검색 결과의 상단에 오른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소비자 불만은 한결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관적으로 검색과 광고를 지금보다 더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서다. 만약 광고와 검색을 명확히 구분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인터넷 사업으로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1조2000억원이 검색 광고에서 나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광고와 검색의 분리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던 문제라 이번 법안 발의와 관계없이 내부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을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검색 시장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시정하는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다. 그러나 해외와 비교하면 너무 늦었고, 아직은 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6월 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검색엔진에서 광고를 구별하기 위한 표시 지침’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검색과 광고를 구별하라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구글을 비롯한 검색업체들이 검색 결과를 표시할 때 광고료를 낸 사이트는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광고’나 ‘지불’같이 명확하게 표시하고, 광고와 검색 결과의 바탕은 다르게 하며, 광고라는 문구는 더 크게 적으라는 등의 세세한 지침이다. 심지어 음성 지원 검색엔진의 경우엔 “보통 소비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적절한 음량으로 광고임을 알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FTC는 지침서를 ‘꼼꼼하게’ 만든 이유로 “소비자는 제3자가 지불한 금액이 아닌, 연관성에 바탕을 둔 검색 결과를 보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포털 업체가 꼼수를 부리지 않도록 ‘기술적인 조치’에 대한 세부 방침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하·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