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의 시한 폭탄」을 준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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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풍성한 「동서의 해학」으로 한국 문단 초유의 「매머드」잔치를 벌였던 37차 국제 「펜」 대회는 3일 그 막을 내렸다. 34개국 2백15명의 문인들은 작별을 아쉬워하며 71년 「에이레」의 「더블린」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 작품 번역국 설치가 확정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밖에 4일간의 대화를 통해 세계의 문인들은 「동서 문학에 있어서의 해학」이란 큰 「테마」를 놓고 4개의 소주제와 네 차례의 특별 강연으로 해학을 정의했다.
3일의 종결 토론에서 정리된 내용을 소개하면-해학은 지역·일기 등의 차이, 사회적 배경의 상이 등에서 해학의 특징이 나온다. 한국의 해학은 생활에서 직접 나온 것이며 체념을 극복하려는 해학이다. 일본의 해학은 불교 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인생을 물거품으로 보는데서 나온다. 중국은 사회 계급에서 나오는가 하면 월남은 냉소의 성격을 띠고 이란의 해학은 정부에 반항하는 무기로 등장한다.
그러나 해학이 반드시 특정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쉽게 전달되는 공통 요소가 많다. 「루마니아」의 해학이라도 네 번만 말하면 알아듣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언어적 장벽을 극복 할 수 있고 정신적·육체적 긴장을 풀어 줘 세계 평화에 기여하게 된다.
20세기 후반기에는 해학이 없는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머는 특히 사회 풍자가 많다. 여기서 천진한 웃음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인간성을 감싸주는 사랑과 자비의 해학을 문인들은 계발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해학의 시한 폭탄」을 준비하고 언제나 부담 없이 유익한 웃음을 제공하는 것이 문인들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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