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과일 뺀 제수용품 값 5만7000원 … 참조기 55%, 도라지 35%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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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배 담당 오현준 바이어는 요즘 전남 나주, 전북 전주, 충남 아산, 경기도 안성 등 국내 주요 배 산지를 매일같이 다니고 있다. 봄 한파에 여름 폭염까지 겹치면서 배가 좀처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어느 산지건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데 불황 탓에 과일세트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오 바이어는 고심 끝에 기존에 한 세트에 7.5㎏이던 기준을 6.5㎏으로 낮췄다. 또 기존에는 9개 넣던 ‘명품왕배’ 세트를 올해는 6~7개만 넣었다. 물량 부족도 해결하고 가격도 8만~9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배 세트 가격대도 2만원대 후반에서 8만원대까지로 다양화했다.

 롯데마트는 일찌감치 ‘하우스 배’에 주목했다. 올봄 한파로 배꽃이 늦게 피면서 추석 선물세트용 배의 크기가 작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제수용 과일은 커다란 것을 선호하는 것을 감안해 전남 나주에서 하우스 농법을 하는 배 농가와 일찍 계약 재배를 해 물량을 확보했다. 하우스 배는 전라도 일부 농가에서만 하고 있다. 2010년 하우스 배는 롯데마트 배 세트 물량의 5%였다. 그러나 올해는 20%까지 늘어나 노지 배 물량이 줄어든 것을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추석 물가는 예년보다 5%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이마트가 한우·채소 등 16개 제수 식품 가격(과일 제외)을 합산하니 5만7101원이 나왔다. 지난해 같은 시점(5만4137원)보다 5.5% 오른 것이다. 가격이 비싼 사과·배 등 과일이 제수 품목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 추석 장바구니 물가는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16개 품목 중에서는 참조기(54.7%)·달걀(52.8%)·도라지(35.2%) 등이 많이 올랐다. 이날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가 집계한 가락시장 도매가도 시금치(4㎏·6만300원)와 말린 고사리(수입산 1㎏·3만2500원) 가격이 각기 지난해보다 36.5%, 12.1% 더 비싸다. 특히 고사리는 하동·구례 등 주요 산지가 지난겨울 한파와 봄 냉해를 입어 예년보다 출하량이 20~30% 줄었다. 물량 공급이 안정적인 한우 정도만 가격이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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