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이 부른 이당 기류|공화당의 입장 한솔의 심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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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화당은 겸직 의원 파동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모두 기정 사실로 정리하고 적당한 냉각기를 거쳐 앞으로의 국회를 정상화한다는 방향으로 전략을 다시 짰다.
1일 열렸던 의원총회가 기정 사실로 양해한 사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법사위 해석을 거부한 이효상 의장의 조처. 이로써 이 의장과 공화당 사이에 생긴 간격은 소강을 유지했다.
안보 문제 같은 중요한 문제를 덮고 있는 겸직파동.
이로 인해 빚어진 공화당과 국회의장의「기이한 관계」는 어느 선에 와 있는지를 살펴본다.
『상주는 데에 후한 것은 좋지만, 벌주는데는 신중할수록 좋습니다』-. 이효상 의장은 겸직의원의 퇴직 처리를 하라는 빗발치는 공화당측 성화를 별로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법사위의 유권 해석이 있었고 자격심사 청구에 대한 공화당의 처리 방침이 서있기 때문에 겸직의원으로 지적된 11명 의원의 자리는 사실상 이 의장 손에 달린 것.
이 의장은 그 동안 공화당쪽 지탄을 너무 받은 탓인지 요 며칠새엔 겸직 의원 문제에 입을 열지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것으로 인해 공화당 측에서 또 말이 생기고… 시끄러워 지니까 말을 않겠다』고 기자들의 회견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서 한 얘기와 의장 측근들의 말로 한솔 이효상 의장의 심경은 웬만큼 짚어진다.
이 의장은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 『누가 국회를 더 위하고,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을 위했는지는 훗날에 다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한 두 사람도 아닌 국회 의원을 마구 퇴직시키면 국회의 위신이 말이 아니고, 정국은 시끄러워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왜 우리와 사전 협의를 안 해주었습니까.』(당간부)
-『미안합니다. 마땅히 상의를 해야하지만, 상의를 한다면 모두가 반대를 할 것입니다. 모두가 반대한다면 내 소신대로 할 수 없을 것이 아닙니까. 유권 해석 요청도 못하고, 자격 심사 요청도 못하고….』(이 의장)
-『법사위 해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격 심사에 돌린 처사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법대로 했을 뿐입니다. 법사위 해석에서도 「본인의 이의가 없는 한 자동 퇴직된다고 했는데 본인들이 소명서를 냈고, 더구나 자격 심사 청구가 있으면 당연히 법사위에 돌리도록 돼 있지 않습니까.』
이래서 이 의장·공화당의 대화는 줄 곧 평행이다.
9·14 개헌 처리 때보다도 더 심각하고 고민이 큰 이 의장이라고 주변 사람 전하고 있다. 최근엔 침식 줄었고 일요일이 아닌데 성당엘 자주 간다고 한다.
공화당은 겸직 문제가 자격 심사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심사 청구를 반송할 것이 거의 틀림없는데 그 경우엔 퇴직 처리를 하겠다는 말을 이 의장은 전혀 비치지 않고 있다. 노법사 위원장이 사과를 요구했다는 말을 듣고도 씁쓸히 웃기만 했다고 한다. 이 의장의 결심이 인기 전술이라는 일부 평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만부당하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계기가 없는 한 이 의장의 「굳은 결심」도 쉽사리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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