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 안사먹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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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내국민학교 어린이들의 부정·불량식품안사먹기운동이 자발적으로 번지고있어 부정불량식품추방의 좋은 계기가 될 듯하다. 지난 주초에 수송국민학교 어린이들이 부정·불량식품안사먹기운동을 편 이후 20일에는 서울 남대문국민학교 어린이들이 선서식을 갖고 부정·불량식품을 안사먹기로 결정했다 한다.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식중독이며 수인성전염병이 창궐할 때를 맞아 스스로 부정·불량식품안사먹기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한편 대견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들 부정·불량식품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국민학교 주변에 불결한 아이스크림이, 아이스케이크, 빵, 비닐·주스등을 파는 노점·잡화상들이 우글거려 어린이들의 보건에 큰 위협을 주고있던 것은 결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당국이 이에대한 철저한 단속을 하지않아 학부형들은 불안하게 하고있던 터에, 이제 어린이들 스스로가 자진해서 그 불매운동을 벌이게됐다는 것은 참으로 한국적인 현상이라 생각된다. 그럴수록 보건·위생당국은 유해무익한 학교주변의 빙과류·잡화상들을 일소케하여 어린이와 학부형들이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당국도 부정·불량식품을 추방하기위하여 이미 식품위생법을 개정하여 형벌을 가중하였고 부정·불량식품의 고발을 받는등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줄은 안다. 그러나 그 실정은 아직도 예산과 인부의 부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때문에 시민들은 부득이 자위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을 보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도 부정·불량식품을 고발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본을 받아 부정·불량식품불매운동을 전개해야 하지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소비자조합이나 소비자들의 압력단체가 형성되지않아 부정·불량식품 제조업자나 정부에 대하여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바 통·반 조직을 통하거나 자연발생적인 조직을 통하여 부정·불량식품의 추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여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보호를 위하여 식품용기의 KS마크 표시와 불량식품 표시등도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요, 식품의 소독이며 위생적인 취급을 위하여 보다 철저한 감시와 검사가 필요할 것이다. 농림·산공·보사부등 관계 부처에서는 부정불량식품을 적발하는 노력을 계속하여 이들 부정·불량식품을 적발하고 폐기할 뿐만 아니라, 제조업자에 대해서도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형벌을 과할 것이요, 국민들에게 어떤 식품이 부정·불량식품인가를 공개하여 그러한 식품을 사지않도록 계몽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남대문국민학교 어린이들은 부정·불량식품안사먹기운동 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이 사주시는 것 외에는 안 먹는다』 『군것질을 안한다』 『필요없는 용돈을 갖고 다니지 아니한다』등 어린이다운 결의를 덧붙였을 뿐만 아니라, 학우가운데 부정·불량식품을 사먹거나 군것질을 하면 곧 담임교사에게 알려 가정에 연락하기로 했다고 하는바 이도 어린이의 선도를 위하여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의 군것질이나 과다한 용돈등은 흔히 유해하기쉬운 것이요, 교육상에도 좋지않으니, 이 운동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남대문국민학교의 경우 어린이회, 유년대, 어린이경찰대, 간호당번들이 매일 아침과 하교시에 나쁜 물건을 팔지 말도록 감시할 것이라 하는 바 어린이들이 이러한 고역을 치르지 앓아도 되도록 성인들은 자진하여 부정·불량식품을 팔지않도록 자중하여야 할 것이요, 정부는 경찰력이나 행정력을 동원하여 학교주변의 환경정화로 부정·불량식품의 추방을 위한 과감한 대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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