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목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무표정한 나무위에 손칼하나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목각은 거창하게 벌이지않고도 집안에서 조용히 미를 기를 수 있는 일이다.
나무의 결을 살아있는 나무 이상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칼자국을 따라 섬세한 터치를 즐길 수 있게 하기까지는 하루 이틀의 노력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나무를 친하게되면서 자기 나름의 보는 눈이 생기고 나무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조각해 본적이 없다. 돌멩이 하나를 봤을 때 그것이 무엇이 되겠다고 나에게 말을 해오는 것이다.』 로뎅의 이 말은 바로 목각의 기본이기도 하다.
나무의 성질을 알고 결을 따라 색을 보고 그 나무만이 가지고있는 특징을 찾아내어 거기에 맞는 디자인을 해서 깎아 내야하는 것이다.
초보자에게 필요한 도구는 목각용 칼이 5, 6개면 된다. 칼은 화방이나 철물점등에서 구할 수 있는데 한개에 2백원∼5백원 정도다. 끝이 뾰족한 창칼과 둥근칼(환도) 큰 것 작은 것 한 개씩, 평도도 크고 작은 것 한 개씩 그리고 삼각도 하나면 시작할 수 있다. 나무와 함께 15년을 벗해온 목각연구가 박정자씨에게 기초작업을 알아본다. 목각은 첫째 나무선택을 잘 해야한다. 결이 있는지, 또 목질이 연한 것, 단단한 것을 판별해야한다. 배나무 피나무 향나무는 연한 것이고 단풍나무 밤나무는 굳은 것이다.
초보자는 연한 나무를 택하는 것이 쉽다. 그러나 향나무 같은 것은 연하지만 결이 일정치않아 칼질이 서투를 때는 피하도록.
나무를 보고 무엇을 만들겠다고 정하면 나무위에 연필로 모양을 뜬다.
처음엔 복잡한 디자인보다 직선의 간단하고 큼지막한 글자 같은 것이 무난하다. 연필 선을 따라 아우틀라인은 창칼을 쓰는데 칼을 쥘때는 연필쥐는 자세로 안정을 잡아야 한다. 창칼은 그림의 바깥을 향해 판다. 입체감을 내기위해 환도나 평도를 사용하는데 나무의 결에 같은 방향으로 밀어야 한다. 나무에 따라 결이 복잡할 때는 일일이 칼 한자국마다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조금 칼질이 손에 익으면 톱을 쓴다. 나무가운데 구멍을 낼때 먼저 실톱으로 썰어내고 칼로 깎는다.
모양을 다 깎으면 각색하는데 물감, 오일, 크레용등 원하는 대로 색칠을 해서 마른 헝겊으로 오래 문질러야한다.
색이 나무속까지 스며들어야 은은한 멋이 나온다. 나무에 따라 전혀 색을 들이지 않고도 훌륭하게 색감이 나는 것이 있어 이럴 때는 그대로를 살린다. 마지막으로 때가 타지않게 아마유나 들기름등을 바르고 윤을 낸다.
목각은 디자인 조각도 중요하지만 뒤처리가 생명이다. 윤을 내고 명암을 주는데는 아무래도 오랜 체험과 심미안이 좌우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