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인종 차별과의 전쟁'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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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V 아인트호벤 팬들의 표적이 된 아스날의 티에리 앙리.
특집

최근 한 흑인 선수가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유럽 축구계는 인종주의를 일소하기 위해 신선한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팀인 입스위치 타운에서 포워드로 활약하고 있는 마커스 벤트는 목요일(현지시간) 유럽축구연맹(UEFA)컵 1라운드에서 유고슬라비아의 사르티드 스메데레보팀과 만나 결전을 벌이는 도중 누군가 자신에게 침을 뱉었다고 말한다.

벤트는 "관중들은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 인종 차별적인 욕설이 난무했으며, 관중 근처로 가면 여기저기서 침을 뱉어왔다"고 말했다. 벤트는 페널티를 얻어 입스위치에 우승을 안겨줬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클럽 팀들이 유럽 대회에 참가하면서 지금까지 벤트의 경우를 비롯해 4건의 인종 차별 사례를 UEFA에 신고됐다.

풀햄은 지난 9월19일 크로아티아에서 하유크 스플리트와 격돌한 직후 불만을 토로했으며, 같은 주 리버풀은 챔피언스 리그 스페인 원정 경기에서 소속 흑인 선수들이 발렌시아 팬들의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9월24일 열린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아스날이 PSV 아인트호벤을 4대 0으로 물리친 직후, 프랑스 출신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는 네덜란드 팬들이 자신에게 담배 라이터와 동전을 던지며 인종 차별적인 비방을 퍼부어 댔다고 말했다.

위의 네 사건은 모두 10월10일 개최될 UEFA의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UEFA는 '유럽의 인종주의를 반대하는 축구(FARE)'와 함께 스포츠 분야에서 인종주의를 몰아내는 광범위한 운동에 착수했다.

게르하르트 아이그너 UEFA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축구에서 인종주의가 설 자리는 없다"며 "UEFA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조사를 벌일 것이며, 동시에 축구계가 인종주의에 반대한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이 뜻을 명백히 하기 위해 광범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여긴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사람이 축구장에서 인종주의를 몰아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일대의 인종주의 반대 단체들의 임무와 공조하는 운동의 일환으로 FARE는 이번 달 제3 행동 주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축구팬들과 소수민족 및 축구 클럽들은 차별에 맞서기 위해 하나가 되자는 권유를 받게 될 것이다.

'브리티시 킥 잇 아웃' 캠페인의 피아라 파와르 디렉터는 UEFA가 드디어 인종 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파와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 동안 UEFA는 훨씬 더 인종 차별 반대를 지지하는 입장이 됐다"며 "10월 행사를 조직할 수 있도록 FARE에 재정적 지원을 해준 것은 커다란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 뿐 아니라 현재 UEFA가 은근한 차별이 있는지 클럽들을 조사하겠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는 점을 비롯해 유용한 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킥 잇 아웃은 FARE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이달 말 열릴 인종 차별 반대 인식을 일깨우는 캠페인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

파와르는 "잉글랜드의 92개 클럽 중 75개 클럽이 경기장 안에서 상징적인 활동을 벌이는데 동참하고 있다. 우리는 여러 지역사회 단체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2만 5천 파운드를 지급해왔다"며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독일, 스칸디나비아,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는 팬 조직이 이끄는 유사한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우리는 UEFA와 함께 내년 중 인종주의 문제를 논의하고 이에 맞설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축구 협회 전부가 모이는 컨퍼런스도 개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LONDON, England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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