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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낳은 연기|진통 석달 더 신민후보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71년 선거의 전열을 갖추기위해 대통령후보를 서둘러 지명하자는 얘기가 신민당안에서 나온 것은 작년말.
이 조기 지명론은 후보감이 많고도 없어서 두번째 밀렸다. 1월 전당대회에선 6월에 지명대회를 갖기로 했었고, 지난 토요일엔 이 6월 대회까지도 9월로 다시 연기한 것이다. 지명대회를 예정대로 열자는 주장과 연기하자는 주장이 엇갈리는 동안에는 유진한당수의 추대론이 비쳤는가하면, 당외에서 사람을 찾자는 얘기, 그리고 후보조정기구 설치론등 당론이 분분했다.
그 배경은 어쨌든간에 신민당은 미결의 장을 그대로 남겨 그 해결방향을 잡기에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 같다.
『나는 정신적으로도 아직 늙지않았고 건강도 좋은 편이다. 나라고해서 대통령후보로 나서지 말라는 법은 없지않은가, 다만 나로서는 대통령후보를 하겠다고 나선 우리당의 40대 사람들과 후보를 경쟁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이 점을 기자들에게 말한 일도 있다. 어쨌든 이 자리서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둔다. 나는 신민당의 대통령후보로 나서지 않겠다.』-.
13일 신민당 정무회의에서 행한 유진산 당수의 발언이다.
고흥문사무총장은 이 회의에서 『지명대회를 연기하기로 하더라도 또 다시 연기를 거듭하지 않기위해서는 몇가지 원칙을 정해서 활발한 사전준비를 해야할 것』이라면서 『후보는 원내인사로 하고 또 입후보를 하지않는다고 밝힌 유당수의 선언을 당원들이 그대로 받아들여 유진산당수로 하여금 후보문제에 대한 사전조정을 하도록 해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말했다.
이 발언이 있은뒤 유당수는 그의 불출마 결심을 밝히면서 『우리당의 세사람(40대 후보 경쟁자를 가리킴)은 물론, 또 다른 중진이 있다면 그런 분들 사이에 나서서 내가 조정을 할 것 이며, 다음 지명대회는 당중앙위원들을 2층 방청석에 입장시켜 보다 화려한 지명대회를 열도록 준비를 갖추겠다』고 해서 지명연기가 만장일치로 결의됐다.
회의과정을 보면 신민당은 이제부터 9월 지명대회를 위해 지도층이 사전조정에 나서기로 한 셈이다.
신민당안에는 김영삼·김대중·이철승씨등 40대외에도 유진오·정일형·박기출씨등이 지명경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씨는 투표를 통한 경쟁에는 안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재형씨 같은 이는 『당내외를 통한 후보 옹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반드시 당내 사람들만으로 거론된다고 볼 수는 없다. 유진산 당수는 『지명대회를 하기위해서는 후보 경쟁자를 2명 정도로 압축해야한다.』는 말을 했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조짐은 난립돼있는 후보경쟁자를 설득이나 어떤 정치적 합의로 후퇴시키는 일이다. 이 방법으로 양일동씨 같은 이는 후보추대기구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추대기구의 구성은 40대들이 반대하고 있으며 또 당헌 규정대로 후보를 투표로써 결정해야 할 것이란 입장을 지켜나가는 한 사전조정은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40대 세사람은 앞으로도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기로 했으나 이 모임은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는 것에서 더 이상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조정은 유당수가 후보문제에 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뿐이다.
말하자면 대의원의 표계산에의해 경쟁자 상당수의 자진후퇴를 막후에서 강요하는 것이다.
당내 일부에서는 9월 전당대회까지 어떤 계기로 특정인의 정치적 인기가 급상승하면 후보조종이 쉬우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으나 그야말로 막연한 기운을 기다리자는 얘기다.
그래서 또 다른 일부에서는 9월 대회도 11월 정기전당대회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조남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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