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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횡령한 전 공무원 부부 … 법원 "140억 물어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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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0억원의 공금을 빼돌린 전남 여수시청 공무원과 그 부인이 추징금과 배상금으로 140억원을 물게 됐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대웅)는 22일 공문서를 위조해 공금 80억77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전 여수시청 8급 공무원 김모(4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형량을 낮추는 대신 추징금 47억원을 내고 이에 더해 여수시에 60억원을 배상하도록 명령했다. 또 김씨의 부인(41)에게는 징역 5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김씨 부부는 징역형만 선고받았다. 김씨 부부가 내야 할 돈은 추징금 80억원과 배상금 60억원 등 140억원에 달한다.

 김씨는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여수시청 회계과 8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퇴직 공무원에게 급여를 준 것처럼 꾸미고 상품권 판매 내역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공금 80억7700만원을 횡령했다. 김씨 부부는 빼돌린 돈 중 54억원을 사채 빚과 대출금을 갚는 데 썼다. 또 김씨는 친인척과 내연녀에게 아파트나 현금을 주며 16억원을 탕진했다. 부인은 나머지 돈으로 사채업을 하고 각종 사치를 누렸다. 이러면서 이들은 빼돌린 돈을 모두 써버렸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횡령금 사용처와 자금 은닉 여부 등을 조사한 결과 김씨 부부의 재산은 1억원대 아파트와 차량 2대, 은행계좌 잔액 33만원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재판에서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여수시에서 현금 지출업무를 담당한 지 채 1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3년간 거액을 빼돌린 죄질이 아주 나쁘다”며 “빼돌린 돈을 모두 썼더라도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나 공금에 손실을 끼치면 횡령액을 탕진했더라도 다른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을 해야 한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빠뜨렸고 항소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추징금 선고를 추가했다. 이에 더해 여수시에 60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1심에서도 여수시는 재판부에 배상명령을 내려달라고 했으나 너무 늦게 신청하는 바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상명령이란 형사사건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받도록 법원이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80억여원의 손실을 본 여수시는 김씨 부부가 횡령금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다만 직원의 국고 손실에 대비해 가입해 둔 보험금 8억원을 받았을 뿐이다.

 김씨 부부가 실제로 추징금과 배상금 140억원을 물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산이 별로 없어서다.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9조 2항)에 따라 김씨가 친인척과 내연녀 등에게 사준 아파트는 몰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태부족이다. 형사재판에서 선고받은 벌금을 내지 않으면 하루당 일정액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되지만 추징금이나 배상명령을 받은 경우는 노역장 유치 대상이 아니다. 김씨 부부의 숨은 재산이 드러나지 않는 한 받아낼 방법은 없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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