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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아의 아버지 에드몽·카이저씨|홀트 양자회 초청 내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신문이나 방송같은 매스컴에 소개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연 세계고아의 아버지 에드몽·카이저씨는 기자를 만나주는 것이 매우 『예외』라면서 의자를 권한다.
홀트양자회의 초청으로 지난 28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카이저(55)씨는 그동안 광주·순천·청주·대구·부산등 각지의 고아원과 아동복지시설을 돌아보고 4일 서울로 돌아왔다면서 한국에 있는 혼혈고아들을 양자로 데려가고 특수한 치료나 수술을 요하는 아동들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이번 방한의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아동복지시설이 의외로 잘 되어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아직도 손길을 더 뻗쳐야 할 곳도 많이 눈에 띄었다고 충고한다.
그는 60년 창설한 테르·데좀(프랑스어로 인간의 대지란 뜻)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테르·데좀은 알제리 내란으로 희생된 헐벗고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 스위스의 로잔에 창설한 거예요. 이 기구가 창설되자 뜻밖의 성공을 거둬 급격한 팽창을 보게되었죠. 현재는 한국·비아프라·라오스·월남·기니등 세계 49개국으로부터 2천명이 넘는 아동들을 도와주는 범세계적기구로 발전했어요.』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보람이라기보다 인상적인 일이 랄까…. 68년 비아프라내란때 직접 현지로 달려가 일곱군데에 구호본부를 설치하고 1천명이 넘는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했어요. 월남전에서는 화상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스위스로 공수하여 20여차례에 걸친 수술끝에 거의 완전한 상태로 회복시켰던 일은 일생 못 잊겠어요.』
월남에서만도 약 2백15명의 특수치료를 요하는 아동들이 스위스·튀니지·영국등 각지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나 인종적·종교적인 편견을 떠나서 어린이는 누구나 날때부터 행복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강조하는 카이저씨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이가 불행해지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것이 제일 가슴아프다면서 어린이들의 성장과 교육에 대해서 어른들이 좀더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고 특히 불우아동들에 대한 사회적인 호응을 촉구했다.
특히 일시적인 구호사업보다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에 관심을 돌려야한다면서 자기가 관계하고있는 테르·데좀도 일시적인 치료나 수술에 그치지않고 아동들이 퇴원해서 각자의 나라로 귀국한후에도 계속 치료와 구호를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2차 대전때는 나치에대한 레지스탕스운동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었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무공십자훈장을 받기도 한 카이저씨는 전세계의 불행한 어린이와 무보수로 일하고있는 테르·데좀의 일꾼들이 모두 자기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보사부 관계자들과 만난후 8일 이번에 새로 양자로 결연한 20명의 혼혈아를 데리고 한국을 떠난다.
프랑스 태생으로 현재는 스위스 시민권을 갖고있는 그는 16세된 딸과 비아프라내란중에 두 손목이 잘린 전쟁고아 아마도군을 양자로 입적시켜 세식구가 로잔에서 살고있다고.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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