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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의 인지반도를 가다(4)|국가장래 걱정하는 캄 지성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론·놀정권을 움직이는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국가원수에는 상원의장격인 챙·헹 왕실추밀원의장, 수상겸 국방상에는 론·놀장군, 제1부수상(내무·치안·교육담당)겸 내상에는 시리크·마타크공, 제2부수상(후생·노동·공보담당)겸 외상에는 옘·삼바우르, 제3부수상(경제기획·재정담당)에는 읍·킴·앙이 있고, 그밖에 통신상겸 농림상 프레크·포은, 공보상 트린·반, 상공상 프롬·토스, 내무·국방상 소스텐느·페르나너, 종교상 디·투오치, 관광상 응·뭉여사, 문교상 찬·소쿰, 노동상 쵸·셍·바등 14명의 각료와, 육군참모총장 사크·소트사캄장군등이 정부를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국가원수직에 취임한 쳉·헹은 아리러니컬하게도 전국가원수 시아누크가 자신의 인기를 모으기위해 새로 제정한 입헌군주제하의 최고집권자의 자리(주=시아누크는 56년에 제정한 새 헌법에 의하여 자신을 왕의 자리로부터 프린스로 격하시키고 이 국가원수직에 추대되었다)를, 때마침 왕실추밀원장으로 있던 그가 직권취임한데 지나지않은 듯하고, 실제의 실권은 론·놀, 마타크, 삼바우르, 트린·반등 4, 5명이 쥐고있다는 소식이었다.
5월26일 프놈펜에서 만난 이택근주월공사(주=김귀하사건당시의 프놈펜 총영사)는 시아누크 시절에도 이들은 정부내의 숨은 일꾼들로서 그 당시에는 표면에 나서지않았으나 착실히 실력을 쌓아온 친서방인사들이었다고 귀띔해 주었다.
프놈펜에 도착한지 3일째 되던 날 이곳 유일의 국영TV방송은 누구의 눈에도 일견 시아누크를 깎아 내리려는 것이 요연한 촌극을 방영하고 있었다. 캄보디아어를 알지못했으나 줄거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거만을 떨면서 예복으로 성장한 시아누크가 미녀들과 더불어 희롱하고있는 바로 뒤에서 중공 또는 베트콩으로 보이는 병정들이 총부리를 민중에게 향하고 있었는데. 이어서 화면이 바뀌자 쓰러져있던 민중이 일제히 일어나서 그 병정들과 시아누크를 덮쳐 함께 묶어가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당지에서 발간되는 프랑스어의 신문(반관영지라 한다) 프놈펜·쿠리에르지(Le Courrier Phnompenhois:Quotaidien d'Etat)에 실린 만화역시 같은 내용의 것이었다. 그런가하면 프놈펜의 거리에 나붙은 비라중에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공화국만세(Vive, la Republique) 또는 국민구출정부만세(Vive,le Gouvernement de Sauvetage!)등의 구호였는데 이 모든 징조들은 현재의 론·놀정권이 왕정을 폐지하여 민중이 갈망하는 공화제 실시를 다짐하는한편, 현정부야말로 국민을 월남민족의 지배로부터 구출해주기 위한 참다운 인민의 정부임을 호소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실지로 이 나라의 지성인, 종교인등 지식사회의 현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상당히 높다는 것은 알 수 있었으며 이들을 통해 들은 소식이나 외국기자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바로는 농민의 태도 역시 매양 겉치레 위주였던 시아누크시절보다도 무엇인가 개혁을 가져다줄 현정권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있다한다.
이미 알려진 바와같이 이 나라의 대학생 약 2만명은 소장교수들과 함께 거의 전원이 지원병이되어 군에 입대하였고 모든 대학은 군사훈련장으로 바뀌고있다.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필자는 간신히 출입허가를 얻어 프놈펜의 왕립대학(Universite' de sangkum Reastr Niyum)의 몇몇 교수와 학생들은 만날 수 있었다.
동대학 이학부장 쿡수·치에브교수(40), 학사행정처장 이브·네이엥교수(38)등과 동대학수물학과학생 종·체온군(20), 칸·구역·홍양(19), 스만·메이양양(19)등은 절대로 캄국내에서는 기사화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국가유사시 지성인이 나라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과 외부로부터의 원조가 절실하나, 그 원조에 끄나불이 붙은 것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그러나 캄보디아의 경제로보아 자력으로 군비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 국가의 파멸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이들 지성인의 호소에 이국인인 필자의 가슴에도 이슬이 맺히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계속> [김승한 본사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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