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외국인 학자를 찾아|한국사상연구에 박사학위를 걸고-중국인 채무송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국인 채무송씨는 빠르고 강한 액센트로 『율곡 굉장합니다. 중국에서도 성리학부분에서 아마 율곡만 한이 힘듭니다. 특수해요』라고 서두를 꺼냈다. 성균관대학교의 양현제에서 만난 채씨는 작은 키에 재기 발랄한 인상이었다. 그는 지금 성대대학원 박사과정을 끝내고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논문제목은 『퇴계·율곡의 사단칠정 이기론』.
그가 한국에 온 것은 58년 4월. 한국 문교부와 자유중국 교육부의 문화교류 교환유학생 8명의 일원이었다.
서울에 왔을 때 그가 할수 있는 한국어는 『안녕하십니까』등 몇마디였는데 그나마 대만에서 연구중이던 장기근교수(서울대)에게서 3주동안 배운 실력이었다.
중흥대학 지정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처음엔 한국의 토지개혁에대해 연구할 계획이었다. 성대 정치학과에 편입한 그는 2년동안 벙어리 신세를 면치못했다. 말을 배우기위해 『국역맹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외었다. 그결과 3학년부터는 제대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을 알면서 차차 한국의 유학에 관심을 갖게됐다.
62년 대학원 동양철학과에 들어가 『한국 이조시대 홍범사상에 대하여』로 64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조 선조이후의 학문은 확실히 중국보다 나은 것입니다. 홍범사상은 특히 뛰어납니다.』
박세채의 『범학전편』, 주원곤의 『기범연의』, 이민곤의 『황극연의』, 다산의 『상서고훈』 홍범편등을 연구하여 홍범사상을 살핀 것이다.
『다산은 국가의 세입세출을 중시했어요. 또 정치권력 잘 잡혀야한다고 했어요. 하극상하면 그 정치않된다는 얘기지요. 지도자는 소인이 아무리 나쁜 말로 속이려해도 속지않는 중과 직을 갖추기를 충고했지요』
박사과정에서 그는 특히 성낙훈, 유승국교수의 지도로 퇴계와 율곡을 연구했으며 오는 가을에 논문을 낼 예정이다.
만물형성의 근본원인인 이, 현상을 형성하는 물질인 기, 이들로 만상이 이루어지며 신의 주재인 심에도 이기가 갖춰져 있다. 퇴계는 이러한 설명으로 이가 발하면 사단, 기가 발하면 칠정으로 일원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율곡은 유선유악인 칠정이나 순선인 사단은 모두 기가 발한것이며 이는 기의 주재자로서 이기일원론을 펼친다는 것이다.
『제보기에는 도의 학, 이기론으로는 율곡이 옳고, 학의 입장, 하학상달해야하는 천리를 가르치는데서 보면 퇴계가 옳다고 봅니다.』 채무송씨는 이미 『한국유학사』를 중국학보 5, 6집에 발표했다. 거기서 고대부터 이조 중종때의 이언적에 이르는 한국유학을 다뤘다. 시간이 나면 나머지 부분을 완결할 계획이라한다.
그는 또 한국의 학자들이 넘겨버리는 여헌 장현광을 연구, 『여헌성리설』을 발표했다.
그의 한국연구의 폭은 한국의 사상면에 그치지않고 문학과 역사에도 만만찮은 폭을 보이고 있다.
그는 규장각도서와 장서각, 성대 도서관을 2년간 하루 10시간씩 뒤져, 한국의 시들을 들춰내 모았다.
신라의 최치원으로부터 이조말 창강 김택영에 이르는 1백70인의 시 3천5백수를 모아 『한국역대시초』를 엮었는데 엄청난 분량이라 출판이 여의치않다고 말한다.
『중국사람들이 자기것만 알고 한국에 대학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모르고있다는 것이 한심합니다.』
그는 박사학위를 얻으면 일본에 건너가 2년쯤 일본의 성리학 특히 퇴계학을 살필 예정이다.
『한-중-일의 성리학을 통틀어 연구한 사람이 없기때문에 그 방면을 한번 공부하렵니다.』포부가 크다.
『주자대전』 1백권과 『주서절요』 20권을 대조하면서 한달동안에 읽었다. 요즘도 새벽 3시까지 책을 읽는다고한다.
『한국에 유학사상 많이 보입니다. 젊은이들이 어른앞에서 예의잘 찾는 게 많이 눈에 띕니다. 좋은 풍습이에요』<공종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