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닮았다는 중국 국방부장, 미 국방장관에게 북한과 대화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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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창완취안(常萬全·사진) 중국 국방부장이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대북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북핵 해결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미국과 신대국 관계를 형성하면서 미국에도 중국이 원하는 국제적 책임을 요구하겠다는 외교전략으로 풀이된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창 부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와 창문은 이미 열려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해야 북핵 문제가 풀린다는 얘기다. 미국의 아시아 군사력 재배치와 관련해선 “태평양은 두 강대국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넓다. 중국은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양국 협력을 강조했었다. 창 부장이 하루 사이에 미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그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2007년부터 중국의 유인우주선 프로그램을 총지휘한 인민해방군 총장비부장 출신이다. 지난 3월 국방부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유인우주선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하면서 미국에 가장 뒤떨어진 우주 전략에서도 자신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미국에 대한 군사적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제갈량의 고향인 허난(河南)성 난양(南陽) 출신으로 군에서 ‘작전과 전략의 달인’으로 통한다. 1992년 61사단장을 맡았는데 훈련 시 그가 세운 작전은 제갈량을 닮을 정도로 신출귀몰했다고 한다. 그 후 군 통수권을 가진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61사단을 사실상 군사위 호위부대인 ‘응급조치기동 작전부대’로 지명했다. 장쩌민(江澤民) 당시 당 군사위 주석 눈에도 들어 승승장구했다. 2004년 선양(瀋陽)군구 사령관 시절에는 대북 군사력 평가와 북·중 국경지대에서의 중국군 작전능력을 배가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가 미국에 “북한과 대화하라”고 촉구한 이면에는 북한 군이 미국의 공격으로 쉽게 궤멸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창 부장은 또 “중국은 북한과 인접한 나라로 집 문 앞에서 사건이 발생하길 원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결단코 반대하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핵 문제는 무력이나 압력이 아닌 대화로만 풀 수 있으며 미국은 앞으로 북한을 겨냥한 군사훈련 등 문제 해결을 저해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북한이 김정일의 유훈을 받들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조건 없이 3자 또는 4자회담을 열 용의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그러나 그는 회담의 주체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지금까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지지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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