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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保틀 50년만에 변화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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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리언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이 1953년에 체결된 한.미 상호 방위조약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상호 방위조약 개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2월 국방부 장관 간 회담에서 한.미 동맹 관계의 발전방향을 연구키로 합의하고 오는 4월부터 첫 공식회의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러포트 사령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한.미 상호 방위조약의 개정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는 것은 미국이 한.미 군사 관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최근 노무현(盧武鉉) 당선자가 한.미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한 발언,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한 발언 등이 이어진 끝에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미 상호 방위조약은 한.미 동맹의 상징물인 주한미군의 법률적 근거다. 이 조약을 개정한다는 것은 지난 50년간 한.미 관계의 근간이 돼온 동맹체제의 변경을 의미한다.

한.미 동맹체제는 남북 분단상황에서 우리의 안보체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돼 왔다는 점에서 변경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가 쉽지 않았던 사안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미 상호 방위조약은 한국전쟁 직후 안보 위협이 높은 상황에서 체결돼 50년이 지난 현재의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비판의 초점은 크게 세가지로 ▶군사동맹 측면만이 강조돼 있고▶조약이 무기한으로 유효하며▶한국의 모든 영토를 미군기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내용 등이다.

포괄적이고 균형적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군사동맹에 한정해서는 안되며, 조약의 유효기간이 일본과 필리핀은 각각 10년과 25년이나 우리는 무기한이어서 안보상황 변화를 조약에 반영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측에서는 최근 첨단 군사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국제적 위상, 9.11 테러 이후 안보전략 수정 등에 따라 미국이 미군 전체의 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주한미군의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미 상호 방위조약 개정을 협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한 바는 없으나 한.미 동맹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므로 앞으로 열릴 회의에서 논의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한.미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호 방위조약에 대한 평가 및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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