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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상의「주 4원칙」수락|중공앞에 두손 모은 일상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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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조동오 특파원】일본의 상혼은 주은래가 던진 소위 무역 4개 원칙 파문에 휩싸여 고된 시련을 겪고 있다. 각서 무역의 송촌사절단이 지난달 북평을 방문했을 때 주은래가 내놓은 대중공 무역 4개 원칙은 자유중국·한국과 교역하는「메이커」와 상사의 중공「셧·아웃」정책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경제계는 주의 발언의미를 몰라 주저하더니 광주 교역회의 도중인 지난9일 삼릉상사(명화산업), 삼정물산(명교역), 환홍반전(화광교역), 이등충(신일본포상)등 4대 종합상사의「더미」(dummy=자회사) 4개사에 대해『모회사와 단절하는 것을 행동으로 표시 할 때까지 상담에서 배제한다』는 정식통고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공은「더미」상사의 모회사 관계단절에서 한 걸음 나아가 모회사자신의 주4개 원칙 수락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 경제계는 4개 원칙「쇼크」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 중공 교역액은 작년도에 6억2천5백만불(수출 3억9천80만불, 수입 2억3천4백만불), 올해에는 7억불을 목표로 각서무역 연장을 위해 치욕적인 공동성명을 받아들인 뒤로는 지금 중공이냐, 자유진영과의 교역이냐로 양자택일 해야할 기로에 서 있다.
「더미」상사를 통한 중공교역은 전 거래액의 40%. 대중공 교역액의 대부분이 화학비료와 철강재. 화학비료는 일본에서 전 생산량의 50%를 중공시장에 팔아온 실정이다.
때문에 일본 유안공업협회(회장 소도수웅삼릉화성 사장)의 사장회에서는 11일 삼릉화성, 주우화학, 삼정동압, 우부흥산, 소화전공, 일산화학 등 6대 화학비료기업이 4개 원칙을 받아들인다고 결의했다.
동시에 일본과 자유중국의 민간경제협력기구인 화-일 협력위원회와 손을 끊겠다고 중공의 위압에 항복했다.
철강계에서도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주우금속과 천기제철이『일-중공 무역촉진을 위해 주4개 원칙에 승복한다』고 중공주재원을 통해 통고를 의뢰했으며 포항제철 건설에 관여하고 있는 일본최대의 신 일본제철과 일본 강관 그리고 신호제강등 대기업은 진퇴양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신일철과 강관은 한국, 신호제강은 자유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나 중공의 제강시장은 미국 다음가는 시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중공으로 기울지도 모르는 불신의 징조조차 보이고 있다.
그러나「더미」상사를 내세워 대공산권 교역의 길을 잡아온 삼정물산등 4대 상사는 모두 화-일 및 한-일 협력위의 주요「멤버」일뿐만 아니라 한국과 자유중국에 많은 합작투자기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한, 대중관계를 단절하고서까지 대 중공접근을 꾀할 수 없다는 신의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각서무역 교섭단계에서 중공이 지명 비난한 욱화성, 동양「레이온」등 섬유「메이커」 는 대 중공수출의존도가 얕고 기업경영상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도 대 자유중국 관계를 청산하고 중공에 미소를 보내고 있으며 농예의「톱·메이커」인「구미아이」화학공업 같은것은 농약제조판매 목적으로 자유중국에 설립했던 합작회사에서 자본을 철수하는 방종을 감행했다.
이와 같은 일본경제계의 대 중공교역을 위한 격랑에 대해 경제인의 총합체인 경제인단체연합회(회장 식촌갑오랑)는『각사 사정에 따라 진로를 결정해 주기 바란다. 하나의 방향을 강제 할 수도 없고 강제할 필요도 없다』는 방관적인 태도이고, 일본정부는 예의 정경분리원칙에 따라 불간섭에 입각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만과의 교역액(연간 거래액 6억2천3백만불=수출 4억7천2백만불, 수입 1억5천1백만불, 한국은 수출(대한) 7억5천4백만불. 수입 1억3천3백만불·69년)과 맞먹는 중공교역 때문에 일본경제계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이즘」을 초월하고「메리트」를 따르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까지 정경분리의 그늘 밑에서 자유·공산 양각작전을 펴오던 세칭「이코너믹·애니멀」일본은 중공의 고자세외교에 굴복, 경제계를 양분하는 혼란을 자초한 것이다.
일본경제계는 이와 같은 대 중공일변도전환상사의 동향에 대한 한국과 자유중국의 반응에 조심스럽게 주목하고 있다.
좌등 일본수상은 11일 참의원 외무위에서의 답변에서 굴욕적인 각서 무역협정 연장문제에 언급,『각서무역은 금액으로 따지면 미미한 것이지만 중공과의 사이에 트인 가느다란「파이프」를 소중히 간직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상담을 위해서는「굴욕」도 참고「우호」도 저버리는 일본은 역시 경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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