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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기지개 켜나 … "호가 위주 6월 이전 수준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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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근 새로 구성된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황의영 기자]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주공5단지 아파트.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다. 이곳이 요즘 날씨만큼이나 후끈 달아올랐다. 최근 새 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재건축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엔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매도 호가(부르는 값)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새 추진위는 연내 조합을 만들고 내년에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할 방침이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지난 6월 말 취득세 추가 감면 종료 이후 떨어졌던 아파트값도 호가 위주로 6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주공5단지 인근 크로바 아파트도 최근 재건축추진위원장을 새로 뽑았고, 서초구 방배동 956-8번지 일대 방배5단독주택재건축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앞서 5월엔 서초15구역이 주민 65% 찬성으로 재건축 출사표를 던졌고, 4월엔 방배3구역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의 주요 재건축 구역들이 사업 추진을 가시화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출구전략 같은 악재 속에서도 시동을 건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대개 지하철 역세권 등 입지 여건이 뛰어나다. 서초15구역은 지하철 2·4·7호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주공5단지도 지하철 2호선을 걸어서 갈 수 있다.

 게다가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사업성도 괜찮은 편이다. 일반분양이 많으면 그만큼 조합원의 부담이 줄어들어 사업을 하기 수월해진다. 방배5구역은 일반분양이 1000가구가 넘고, 주공5단지는 600가구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재건축 사업 의지도 강하다.

 방배동 신세계공인 김진수 실장은 “강남 입성을 위해 투자한 많은 외지 주민이 빠른 사업 진행을 바란다”며 “이 때문에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잠실 주공5단지 77㎡형(이하 전용면적)의 호가는 10억3000만~10억5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억원가량 올랐다. 82㎡형은 연초보다 2억원 정도 오른 11억3000만~11억5000만원 선이다. 방배5구역·서초15구역 등 단독주택재건축 구역이 몰려 있는 서초구는 지난달 단독·다가구주택 거래량이 전달(13건)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한 80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 단지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잠실동 K공인 관계자는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망은 어둡지 않다. 이들 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당분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타운 출구전략, 주택 거래 절벽 등 주택시장이 바닥권에 근접한 상황에서 사업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추가 대책 등 호재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투자 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민들 간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배동에 있는 한 단독주택재건축 구역의 경우 최근 조합장의 학력 허위 기재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송사에 휘말렸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하다 해도 잡음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경우 자칫 3~4년 이상 사업이 지연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황정일 기자
사진=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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