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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혁 요구 직면한 거대 양당의 포퓰리즘 공약”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최정동 기자

정의당 심상정(54ㆍ2선ㆍ경기 고양덕양갑ㆍ사진) 원내대표는 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을 맡아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 논의를 주도해 왔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여성·군소 정당 의원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인지도 높은 사람이나 기득권 세력에 유리한 선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심 원내대표는 최근 대선 당시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론이 부각된 상태다. 대선 이후 이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안 의원에 대해 그는 “정치개혁에 대한 실천 없이 세력화에만 몰두한다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치개혁 요구에 직면한 거대 양당이 충분한 절차 없이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폐지를 약속했다. 국민들은 새롭고 능력 있는 인물·세력이 나오길 바라는데 정당공천제를 폐지한다고 새로운 판이 형성되진 않는다. 무늬만 폐지지 내천(內薦)을 할 테고, 공식적으론 정당 간판을 뗐지만 실제로 책임은 지지 않는 ‘무허가 영업행위’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문제는 강한 단체장과 약한 의회의 불합리한 구조다. 정당까지 사라지면 기초의원들이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을 저지할 수 있겠나.”

-어떤 개혁을 해야 하나.
“우선 돈 공천을 금지해야 한다. 진보정당은 처음부터 지역구 후보를 당원 직선제로 뽑았다. 당원들이 직접 선출하면 돈 쓴다고 잘 되지 않는다. 비례제도는 스웨덴의 개방형 비례제도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 당에서 비례 후보가 여러 명 나가고 그 후보의 총합을 정당 지지도로 계산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가 우선권을 갖는 거다. 공천심사위가 아니라 국민이 비례대표 당선 순서를 정하는 셈이다. 또 비례대표를 50%로 늘리고 3~4인 이상의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해야 한다.”

-여야가 공천제 폐지 이후 대안을 내놨다.
“억지춘향 식의 대안이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30% 확대 후 여성 절반 공천안’은 정당공천제 폐지와 양립 가능하지 않다. 또 한시적으로 공천제를 폐지하자는데 한시적으로 할 걸 왜 하나. 충분한 검토 후 확신을 갖고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여성명부 20%’ 도입도 그 취지엔 공감하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비례대표·지역당 확대, 민주당의 기호제 폐지 등은 괜찮은 대안이라고 본다.”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이 통과될까.
“민주당이 당원 투표로 결정했고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적대적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정당공천제가 여성·소수자의 정치적 진출 확대에 실제로 도움이 되나.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고 본다. 진보정당은 2002년 창당 때 지방선거 비례의원 9명 전원을 여성으로 뽑았고 1년 후 모두가 각 지역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다. 2006년 정당공천제 이후에는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도입하고 주민 감사 청구 기준을 완화했다. 진보정당은 정쟁이 아니라 정책중심·주민소통의 의정활동을 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여성 할당제가 필요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최소 20% 이상인데 우리나라는 10% 남짓이다. 이것도 비례대표제도 덕분이다. 지방의회도 비례대표 확대, 여성할당 도입 이전에는 2~3% 수준밖에 안 됐다.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는 두 종류다. 남편이나 아버지의 힘으로 리더가 되거나 혹은 민주적인 제도의 덕을 본 경우다.”

-지자체장과 기초의원 공천 여부를 분리하자는 주장이 있다.
“옆방(안철수 의원) 의견인데… 정책 효과를 검증하기 어려운 안이라고 본다.”

중앙선데이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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