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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부부 '디지털 단꿈' 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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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3월 초 결혼 예정인 직장인 윤소현(27.여)씨는 처음 생각했던 혼수품목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고가의 예물반지와 장롱.오디오 세트 등을 포기하는 대신 평소 갖고 싶었던 PDP TV와 홈시어터를 장만하기로 한 것이다.

윤씨는 "간단한 커플링으로 예물을 대신해 예산을 절약하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장롱 대신 아파트에 설치된 벽장과 간단한 옷걸이(행거)를 활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결혼시즌을 맞아 예비부부들 사이에 혼수 품목은 줄이되 일부 품목에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이 새로운 구매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혼수 예산은 한정돼 있는 반면 가전제품 등이 점차 고급화하면서 비용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양판점 하이마트 관계자는 "PDP 등 고가 디지털 제품이 등장하고, 컴퓨터.디지털 캠코더 등이 혼수품목에 추가되면서 혼수비용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초 3백50만원선이던 가전제품 구입 비용이 올해는 4백50만원선으로 1백만원 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물.가구는 실속형으로=가장 비용부담이 큰 혼수품목 중 하나가 예물이다. 지금까지는 다이아몬드.순금과 사파이어 따위 유색(有色)보석 등 3종을 세트로 구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간단한 '커플링'으로 예물을 대신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다이아몬드 반지세트에 사파이어나 진주세트를 더할 경우 가격이 최소 5백만원을 넘어서지만 커플링 형태를 선택할 경우 1백만~2백만원이면 충분히 장만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이선아씨는 "일상적으로 착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고가 반지.목걸이 대신 평소 갖고 싶었던 명품 시계를 고르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의 경우 장롱.침대.화장대 등을 세트로 구매하기보다 필요한 품목만 골라 사는 경우가 늘었다. 아무래도 신혼시절에는 이사가 잦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롯데백화점 하수연씨는 "맞춤형 붙박이장의 경우 이사할 때마다 다시 조립해야 하므로 불편하고, 집의 크기가 달라지면 일부를 다시 맞춰야 하는 수도 있다"며 "장롱.소파 등은 미리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기보다 주거가 안정되는 시점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침구도 간소화하고 있다. 침대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전통적인 신혼 이불세트는 퇴조하는 대신 20만~40만원대 실속형 침구세트가 인기가 높다. 비교적 싼 가격에 자주 침실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실속형 제품의 이점이다.

예복의 경우에도 1백만원대 고가품 대신 평상시에도 편안히 입을 수 있는 50만~60만원대 캐릭터 정장이 인기다.

◇가전제품은 고급품으로=반면 세탁기.냉장고.가스레인지 등 가전제품은 고급품이 잘 팔린다.

드럼식 세탁기는 일반 세탁기의 기능에 삶기.건조기능까지 들어 있어 신혼부부에 특히 인기다. 일반 세탁기가 10㎏이 보편적이라면 드럼식 세탁기는 6~7.5㎏이 대부분이다.

국산 드럼식 세탁기는 80만~1백만원대, 수입품은 이보다 비싼 1백만~3백만원대다.

냉장고도 두개의 문이 달린 모델이 주종이다. 이 제품은 식품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냉동실 용량이 커 맞벌이할 부부들이 많이 찾는다.

용량은 부부 두명만 사용한다면 5백~6백ℓ급이 적당하다. 하지만 자녀를 일찍 가질 계획이라면 미리 6백~7백ℓ급을 장만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가전 매장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가스레인지는 가스오븐으로 대체되고 있다. 과거 1백만원을 호가하던 가스오븐의 가격이 60만~70만원대까지 내려가면서 일반 가스레인지(30만원대)와의 가격차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TV는 29~32인치의 디지털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는 상품으로 가격은 1백만~2백만원선이다. 제품이 놓일 장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큰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굳이 값이 비싼 다기능 제품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기능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화면을 원하는 예비부부들에게는 프로젝션TV가 인기가 있다. 39~44인치 제품이 2백50만~3백만원선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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