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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원 법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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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학기술처는「한국과학원 법안」을 마련하여 24일의 국무회담에 상정했다고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재단법인으로 세워진 한국과학원은 박사·석사 과정을 두어 각각 해당학위를 수여하며, 그 주관은 과학기술지가 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동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면 ,72년 3월에 개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최근 과학교육의 진흥을 위해 정부가 벌이고 있는 일련의 노력의 한 표현으로서 그 취지는 이해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 67년에는 과학교육진흥법을 제정, 문교부장관 소속하에 과학 교육심의회를 두고 과학교육기금을 설치했을 뿐 아니라 문교부장관이 추천한 과학자나 학교는 화학에 관한 연구실험 또는 실습을 하기 위하여 각종 국공립 및 국가의 보조를 받는 연구기관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바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다시 과학기술처산하에 재단법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를 만들어 과학교육을 위한 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취지를 이해할 만하다하더라도 우리로선 얼른 찬성키는 곤란한 여러문제점을 수반하는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과학교육과 산업교육의 차이는「과학교육진흥법」과「산업교육진흥법」을 따로 분리 제정한 것으로도 잘 알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점은 다시 문교부안에 과학교육심의회와 산업교육심의회를 각각 분리하여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도 잘 나타나 있다. 정부조직법은 문교부가 교육·과학과 체육에 관한 사무를 장리토록 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처는 과학기술진흥에 관한 사무만을 관장케 하고 있다. 따라서 문교부에는 과학교육국이 있고, 과학기술처에는 연구조정실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처가 왜 과학교육기관인 한국과학원을 관장하려하고 또 관장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한편 박사·석사의 학위는 교육법에 따라 오직 대학원을 둔 대학(교)에서만 문교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수여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법체계이므로, 문교부장관의 관장하에 있지 않은 박사과정 대학원이란 존재할 수 조차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처는 이러한 문제점을 특별법제정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만약 과학기술처에서 학위과정인 과학대학원을 둘 수 있다면 교육제도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보사부에서는 보사대학원을, 법원에서는 사법대학원을, 국방부에는 국방대학원, 총무처에는 행정대학원, 상공부 공업연구소에는 상공대학원, 재무부에는 재무대학원, 국세청에는 국세대학원, 교통부에는 교통대학원, 문공부에서는 문공대학원등등 부처마다 대학원을 두어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주겠다고 하여도 이를 규제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정부는 국방부의 국방대학원이 학위과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잘 운영되고 있듯이, 정 필요하다면 과학기술처에 과학기술대학원은 두어 기술자를 재훈련하되 학위수여까지를 여기서 고려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에 석사나 박사학위의 수여가 꼭 필요하다면 이는 대학교에 위탁교육시키면 될 것인즉 법체계와 교육질서를 문란케 하고 기술진흥과 과학교육의 혼동을 빚어 부처간에 마찰을 빛을 가능성이 많은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정도가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또 박사과정의 특수대학원이란 원래가 있을 수 조차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이른바「가짜 박사소동」이 빚어졌던 것도 실은 이런 자명한 이치를 몰각하고 무식한 사람들이 박사학위의 성격을 잘못 생각했기 때문에 일어났던「난센스」라고 할 수 있다. 박사란 외국에서는 이를테면 교수가 되기 위한 기본자격에 불과한 것인데 이를 명예 시하여 양산하고 기술부문의 전문가에게까지 박사학위를 주려고 하는 것은 웃음거리 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교육법은 대학에는 연구소 기타 연구시설을 둘 수 있다고 했는데 한국과학기술연구소가 가령 어떤 국립대학교의 부설기관으로 이전되면, 이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는 박대통령이 서울대학교 신부지 선정시에 행한 담화처럼, 서울대학교를『세계의 대학으로 웅비』시키기 위해서도 과학기술연구소와 서울공대, 문리대 이학부, 사대이학부등의 교직원 및 연구원과 연구시설등을 통합하여 서울대학교 이공학부로 만들어 연구와 교육, 기술개발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방안을 연구해 봄이 옳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의 대학으로 이공학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곳에 집중투자 해야만 할 것인데 이를 분산시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못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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