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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실리에 과대굴욕|일-중공 각서무역과 군국주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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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제강국 일본은 중공의 의식적인 정치공세에 말려 홍역을 치렀다.
70년대에 일-중공 관계를 기어이 개선하려는 좌등정권은 각서무역연장에 따른 일-중공 공동「코뮤니케」와 주은래 발언중「일본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호된 규탄과 치욕을 참고 넘겨 중공과의 사이에 단 하나인「파이플라인」을 움켜잡았다.
굴욕의 대가로 1년간 기한이 연장된 별칭 ML무역의 70년도 거래추정액은 작년도 거래액6천8백만「달러」를 약간 상회한 7천만「달러」.
지난 3월 10일부터 41일간 북평에서 열린 각서무역연장을 위한 정치회담에는 송촌겸삼단장을 필두로 미-일에는 안보조약체결 당시와 외상이던 등산애일랑의원, 일-중공각서무역의 실무책임자인 고정희실의원등 자민당의 굵직한「멤버」가 참석했다. 3월 10일의 제1회 회담이래 일본측은 중공의 강경론에 눌려 공식회담 10회, 비공식접촉 20여회란 험로를 뚫고 나가야 했었다.
결국 지난 19일 기한연장을 결정하고 발표된 공동「코뮤니케」는『미-일 공동성명은 새로운 미-일 군사동맹이다』『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은「아시아」인민과 세계인민앞에 현실화 됐다』『「오끼나와」시정권 반환은 전적으로 기만정책이다』등등 좌등정권에 대한「에스컬레이트」된 비난으로 메워졌다.
자민당내 강경파들도 각서무역이 일-중공간의 단하나 트인교섭의 길이라는 점과 고정의원이 개인자격으로 조인한 것이지 정부 및 자민당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냉정히 받아 넘기려는 공기가 지배적이었다.
그후 고정의원이나 등산의원이「홍콩」에 기착한 다음 기자회견에서『좌등정권이 존속하는 한 일-중공관계는 개선될 수 없다』『일본이 중공의 사고를 이해하는 것이 선결문제다』라는등 견해가 표명됨으로써 당내에서 일-중공「코뮤니케」에 대한 반발이 격화됐다.
『중공이 좌등수상을 앞대 놓고 욕을 하고 군국주의 부활이란 당치않은 사실을 날조, 공언해도 그것에 이해를 표시한 자민당원은 용서할 수 없다.』『이와 같은 굴욕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서는 각서무역이 존속할 수 없다면 회담을 중단하고 귀국해야 했을 것이다』라고 고의원 징계제명론까지 대두했다.
더욱 ①각서무역이 일-중공간에 유일한「파이플라인」이라지만 이제는 좌등내각 비난의 선전도구화 했고 ②각서무역과 우호 상사무역은 명확히 구별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역량으로봐도 각서무역은 우호무역의 10분의1로 경제적 가치가 감퇴했고 ③각서무역에 자민당의원이 관여하는 것은 정부-자민당의 마찰과 혼란을 가져오고 대외적으로 보아 무용한 오해를 초래한다는등 각서무역 자체에 대한 의문이 연이었다.
한편 23일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좌등수상은 사회당의원의 질문에 답변, ①「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상대국으로 자유중국을 택한 것에는 잘못이 없고 ②일본은 자유중국에 대해 국제적 권리뿐 아니라 의무가 있기 때문에 대 중공관계가 1, 2년안에 조속히 해결되리라고 보지는 않지만 70년대에는 쌍방의 오해, 불신이 가시도록 하겠으며 ③일본이 군국주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국민도 없고 세계서도 그렇게 생각할리가 만무하며 이야말로 중공의 오해로서 이래 가지고서는 친하게 지낼 수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함으로써 비교적 강렬한 인상으로 중공에 응수했다.
이것은 일본정부가 중공의 공격을 냉정하게 다루려던 처음 방침과는 다른 것이었지만 이러한 좌등수상의 발언이 당내 강경파가 주장하는『각서무역 중단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부-여당에서는 대중공 저자세, 굴욕외교에 대한 자아비판이 한창이지만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계에서는 주은래 발언이 지적한 무역 4개원칙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주는 ①한국·자유중국을 도우려는 자와는 무역할 수 없다. ②일본에서의 미국계합자회사와 무역할 의사가 없다고 송촌단장과의 회담에서 선을 그었다.
일본의 경제계는 이것이 중공의「견제구」에 불과하다고 가볍게 받아넘기려 하지만 일-중공무역(64년도수출 3억9천80만달러, 수입 1억3천4백만달러)의 주축을 이루는 화학비료·철강·전자공업계는 한국·자유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주은래 발언의 진의와 무역한계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주시하고 있다.
여하튼 중공의 정경불가론은 일본의 정경분리론에 찬물을 끼얹고 커다란 파문을 던졌다.
중공의 이번 선전공격에는 ①중공의 국내용 PR ②미-일간의 이간 ③일본정부와 국민의 분단 ④자유중국에 대한 견제 ⑤지난 9일의 중공, 북괴회담후의 대북괴PR등 정치적인 의도가 농후하게 깔려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또 이런 의도는 일본국내에서 다소의 효과는 거뒀다고도 관측된다.
일본으로서는 철강·화학비료를 제외한 기계류 공급에 있어 중국대륙 시장안에서는 서구제국(영·서독·불등)과의 라이벌 의식, 일제시 맛본 중국대륙의 매력 있는 시장성(금년도 거래 예정액 7억달러)등 경제적 이유때문에 중공을 적대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결국 일본은 경제대국의 약점때문에 굴욕외교를 참고 견뎌 중공에『열적은 미소』를 보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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