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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변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검수사국은 지난 17일에 집행된 김모 변호사의 구속에 이어 이른바 악덕 변호사를 일소하기 위한 전면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듣기에도 민망한 악덕의 접두사가 붙은 일부 탈선변호사들의 죄상은 주로 사건브로커들과 결탁하여 국가배상사건이나 산재보상사건의 피해자들로부터 소송위임장을 받아 소송을 가로맡고, 승소한 뒤의 배상액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횡령하는 것을 상습적으로 일삼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악덕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비등한 것은 이들의 죄상이 여기에만 그치지 않고, 더욱 악질적이고 지능적인 수법으로 선량한 국민을 등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은 변호사라면 당연히 헌법과 법의 수호자로서, 항상 약자편에 서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란 인상을 가지고 무조건적인 신임을 주어왔다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가운데 비록 극소수일망정, 이러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변호사의 이름 밑에 도리어 약자를 등치는 배임·횡령·사기 등 범죄행위를 일삼아 저지르고 있는 자가 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듯 서글프고 분한 국민의 심정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할 것이다.
보도를 종합컨대 이들 탈선 변호사의 유형은 대체로 다음 4종인 듯 싶다. 즉 이른바 앰뷸런스·로이어, 광산사고 및 산재보상 전문변호사, 적부심 전문변호사 및 토지사기 변호사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 첫째의 앰뷸런스·로이어라 함은 군·관용차등이 사고를 냈을 경우, 곧 달려가 피해자에게서 국가배상소송위임장을 받고는 그 배상액을 잘라먹거나, 일부만 지불하고 나머지를 모두 편취하는 짓 등을 일삼는 자들이다.
둘쨋번 유형은 광산사고나 산업재해에 따르는 배상액을 같은 수법으로 편취 착복하는 자들을 말한다. 또 셋째번 유형의 이른바 적부심 전문변호사는 교통사고·상해사건 등에 있어 경찰과 결탁, 조작된 합의서를 만들거나 고소취하를 알선함으로써 구속적부심에서 가해자를 역방케 하고 그 대가를 터무니없이 우려내는 자들이다. 마지막 넷째는 엄연히 남의 땅인 줄 알면서 문서상의 등기누락 또는 국유지 등을 자기명의 또는 제삼자명의로 등기이전 하여 이를 타인에게 팔아 넘기는 부류의 사기꾼들을 이름이다.
변호사들에 의한 이러한 부정·불법행위는 원래 어느 나라에서든지 먼저 변호사징계위를 통한 자체징계를 기다리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 통례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종래 우리 나라에서 이러한 자체징계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것은 여러 원인을 들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법무당국의 무성의를 지적해야할 줄로 안다. 왜냐하면 굳이 변호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러한 유형의 지능적 범죄행위는 당연히 검찰당국의 형사상소추의 대상이 됐어야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였을 뿐 아니라, 변호사법과 기타법령에 의해 엄연히 탈선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청구권을 관장하고 있는 법무부가 최근에는 거의 한번도 이러한 징계개시의 청구를 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검수사국이 처음으로 이들 탈선변호사에 대한 전면수사에 나섰다는 것은 만시지탄이 있으나 공분에 떨고있는 국민감정을 무마하는데 큰 몫을 하게되리라 생각되는 것이다. 우리는 빠른 시일 내에 사건전모가 밝혀져 일벌백계의 판례가 나올 것을 기대해 둔다.
사회의 소금이요, 항상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정의의 추진자가 되어야할 법조인조차가 치부에 눈이 어두워 무력한 소송 의뢰자를 짓밟는 사례가 횡행한다는 것은 도저히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인 것이다. 각 변호사회는 이들 악질적인 탈선분자를 조속히 자체 추방함으로써 더럽혀진 명예를 회복하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법조계 전체의 기풍쇄신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과감한 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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