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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가뭄 … 속이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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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5차례 슈팅을 때렸지만 허공만 갈랐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그나마 수비진은 남미 강호 페루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4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친 홍명보 대표팀 감독(맨 왼쪽)이 경기 중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수원=뉴스1]

홍명보(44) 축구 대표팀 감독은 페루(FIFA 랭킹 22위)와의 A매치 평가전 전날인 13일 기자회견에서 “동아시안컵에서 나왔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효과적인 처방은 나오지 않았다. 고질병을 거듭 확인하는 데 그쳤다. 홍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 강호 페루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러 득점 없이 비겼다. 데뷔 무대였던 동아시안컵에서 호주·중국·일본을 상대로 2무1패에 그쳤던 홍명보 감독은 이력에 또 한번의 무승부를 추가했다. 4경기에서 56개의 슈팅을 날렸으나 1골만을 넣었다.

 홍 감독이 언급한 문제점 중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골 결정력이 개선되지 않았다. 최전방 해결사로 전반과 후반에 각각 투입한 김동섭(24·성남)과 조동건(27·수원)은 움직임이 둔했다. 상대 위험지역 언저리에 접근하면 정교함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변비축구’를 90분 내내 반복했다. 한국은 미드필더 하대성(28·서울)이 전술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 페루 진영에서 일방적인 공세를 이어갔지만, 골 결정력 부족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왼쪽 날개 윤일록(21·서울)이 전반 25분과 전반 29분, 후반 9분 등 세 차례나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볼은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하거나 골대를 외면했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가 무산될 때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3만6000여 명의 탄식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후반 39분엔 아찔한 실점 위기도 넘겼다. 클라우디오 피사로(35·바이에른 뮌헨)가 골키퍼 김승규(24·울산)와 맞선 상황에서 왼발 슈팅을 때렸고, 김승규가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볼을 간신히 쳐냈다.

 ‘이근호(28·경찰청)의 재발견’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근호는 경기 내내 동료 공격수들과 적극적으로 스위칭(서로 자리를 맞바꾸는 플레이)을 했다. 후반 16분 상대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한 장면은 조동건과 자리를 맞바꾸는 과정에서 공간이 열려 가능했다. 그 직전엔 날개 미드필더 조찬호(27·포항)와 위치를 바꾼 뒤 절묘한 스루패스를 성공시켜 결정적인 슈팅 기회도 제공했다. 두 장면 모두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상대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출범 이후 네 번의 A매치를 3무1패로 마친 홍명보팀은 다음달 6일 아시아의 한 팀과, 10일에는 크로아티아와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홍 감독이 일찌감치 “해외파를 모두 가동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의 지도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부터 오늘까지 모두 후반에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다. 리그 경기를 계속 치르니 후반 체력이 달린다. 유럽파 발탁의 기본 원칙은 팀에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는 되도록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원=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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