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출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임신중 금기와 주술>
임신중 금기로는 임신부의 음식에 대한 것이 가장 많고, 다음이 남편에 대한 행동, 그리고 일(근로)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북미에 살고있는 인디언들은 임신했다는 것을 알면 그 사실을 가장 가까운 여자친구에게 알리고 그 친구는 어떤 종류의 과실을 먹어서는 안된다든가 닭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등의 많은 금기를 일러준다. 또 임신부는 남편과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
동부인도네시아에서는 임신부가 남편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으면 난산한다고 믿고 있다. 중앙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는 태아에 나쁘다고 생각되는 음식에 각별히 조심하고, 임신부의 남편은 지나치게 힘든 노동을 하거나 나무와 바위, 지붕에 오르면 안된다.
북미의 체로키족은 남편이 구덩이를 파거나 공을 던지고 받는 게임은 금하고 있다.
특히 출산과정과 밀접한 주술적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금기는 임신중의 부인과 또는 남편이 하나의 매듭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든가 분만시에 온 집안의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궁에 이변이 생겨서 난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같은 이유로서 고대로마에서도 임부는 머리를 매는 것이라든가 손발을 교차시키고 앉는 것을 금하고 있다. 임신중의 전기간 중 또는 임신 후반기에는 부부의 성적관계는 금하고있다.
이런 점은 아이가 불구가 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라든가 병이 나고 죽는 일이 없고 또 남편의 수렵이나 어로에 실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우리 나라에서도 임신중의 금기는 음식물과 집안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임신 중에 개고기를 먹으면 벙어리를 낳고, 토끼고기는 언청이가 되고 게를 먹으면 아기를 거꾸로 낳는다는 말이 있고, 부부동방도 대기로 삼았다.
산모의 행동 중에는 임부가 남을 욕하거나 미워하면 욕하고 미워한 대로의 아기를 낳고 쌍톨박이 과실을 먹으면 쌍동이를 낳는다하여 삼갔다.
또 화재를 보거나 미물이라도 살생하면 태아에 나쁘다고 믿었다. 임부는 모난 자리에 앉거나 비뚤게 앉으면 불량아를 낳고 전답이나 길가에서 방변을 하면 아기가 식사 때에 방변한다고 믿었다. 산월이 되어 임부가 다홍치마 다홍허리띠를 매면 아기가 자라서 범죄를 하게 된다는 등의 금기가 있다.
이밖에 집안일 중에도 산월에 방이나 아궁이를 고치면 기형아를 낳고 문구멍을 바르면 난산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처럼 임신 중에 금하는 일들은 비교적 태교를 위한 임부의 마음가짐이라든가 건강을 위하는 내용도 있기는 하지만 음식을 금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평소보다 배나 더 영양이 필요한 임부에게 빈혈을 가져오고 태아 발육에도 지장을 주는 것이 많다.
최근에는 태아의 성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이론과 방법이 해외토픽정도로 자주 보도되고는 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에 속한다. 다만 한가지 아기를 바라는 부부가 자녀를 얻게 해달라고 원하는 기자원은 모두 아이들을 점지해줄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등불아래를 지나거나 달빛을 누구보다도 먼저 받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고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아들을 낳았을 때와 딸을 출산했을 때의 기쁨은 산모나 가족 그밖에 친지들도 다르게 표현한다. 기쁨이 다르다기보다는 딸을 낳았을 때는 산모는 자기의 무능을 슬퍼하고 타인은 그를 위로하는 경우가 많다. 줄리어스·시저 클레오파트라와의 사이에 태어난 그의 아들을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나의 아이다』라고 말하기 전에 그저 『아들이다』하고 어깨위로 높이 안아 올리면서 자랑스럽게 기뻐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들을 낳은 데 대한 기쁨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공통된 심정이었던 것 같다.
이처럼 남아를 원하는 마음들은 태아의 성별을 점치는 방법을 생각하게 했다. 남미에서는 나뭇잎으로 만든 컵에 물을 부어 컵을 두손으로 움켜쥐었을 때 물이 위로 튕겨져 나오면 남자아이고 물이 아래로 흘러버리고 말면 여자아이로 판단한다. 또 임부가 아들을 원하는 경우에서 누이가 만든 남형의 인형을 간직하거나 남성 성기와 비슷한 과실을 소중히 간직하기도 한다. 그것은 그 사회 구조나 그밖에 모든 규율이 여자보다 남자가 살아가기에 수월하고 가를 잇는 자가 아들이라는 데서 비롯된 생활풍습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남녀가 동등하게 권리와 의무를 다하게되고 또 산아에서 성별에 따른 기쁨도 같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