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3)아폴로13호에 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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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당장 한시간 후의 일을 짐작 못하는 동물이 바로 인간이다. 그러니 내일을 안다는 것은 정말 신이 아닌 이상 어렵다. 이번에 아폴로13호의 일을 보더라도 6백50만개의 부속들이 1백% 동작하리라고 믿은 우리들 인간이 어리석었던 것 같다. 지난번 일본여자 농구선수와의 시합에서 나는 인간이란 1분 후의 스코어차이를 알지 못하고 시소하는 스코어만의 숫자만 바라보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혹시 우리 나라 선수가 지지나 않을까 하면서 그날 아침 새벽에 발사된 아폴로 13호의 걱정을 해봤다. 아닌게 아니라 아폴로13호는 작년에 발사된 인류 최초의 달 우주선 11호 때 마치 아폴로가 서울에서 발사된 것처럼 온 장안이 떠들썩했던 것과는 달리 발사 전부터 13호는 좀 불길한 느낌도 있었거니와 대체로 무관심한 가운데 고요한 우주공간을 달을 향하여 비행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생일이 1월13일이고 전공이 항공공학 분야에다 동란 시에는 애기에 몸을 싣고 강원도 산골짝 적진지 상공을 비행했을 때 13일 날짜에 출격하는 것이 좀 불길한 느낌을 가졌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폴로13호의 선장 러블중령은 13이란 숫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한다. 만일에 우리들이 내일을 예측할 수 있다면 13호의 걱정도 하지 않고 인류 세 번째의 달 착륙도 무사히 진행되고 있을 터인데 아슬아슬한 고비가 아직도 한 두 가지 아니고 보니 가슴 아프기만 하다. 작년에 11호의 중계 때에 TV화면에 나오는 나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항상 근심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11호나 12호는 달 착륙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45억의 지구인의 품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한 모금의 산소를 자기 피처럼 아끼고 뜬눈으로 비좁은 달착륙선 안에서 사랑하는 저 푸른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는 순간을 고대하면서 우주속도로 달려오는 제임즈·러블선장 등 3명의 우주인들은 용감하다.
무사히 돌아오라. 내일을 약속하는 혹성 지구인이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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