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 Report] 빠른 길 찾을 때 테러범 잡을 때 빅데이터가 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올 4월 15일 미국 보스턴 폭탄 테러가 일어난 뒤 용의자를 확인하기까지 사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집한 사진·동영상·통화기록 등 10테라바이트(10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증거 자료를 1000명 넘는 전문가가 동원돼 분석한 결과다. 언론에서는 이를 “빅데이터의 승리”라 평가했다.

 빅데이터는 문자 그대로 ‘큰(Big)+데이터(Data)’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난해 만들어진 데이터 양은 인류 탄생 후 2003년까지 만들어낸 데이터 양보다 500배나 더 많다. 그렇지만 빅데이터가 단순히 대량의 데이터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빅데이터의 특징은 ‘3V’다. 크기(volume)는 기본이고 여기에 다양성(variety)과 속도(velocity)가 더해진다. 곧 빅데이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특히 그간 데이터로 여기지 않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나 사진 등을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저렴한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처리·분석할 수 있는 기술까지 포함한 포괄적 개념이다. 무의미해 보이는 정보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21세기의 원유’에 비유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첫 번째로 선정됐다.

 빅데이터는 실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SK플래닛의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다. T맵은 전국 5만여 대의 택시와 상용차량을 활용해 교통정보를 수집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시간 정보와 10년간 축적된 교통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막히지 않고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과 5분 이내의 오차로 예상 도착 시간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빅데이터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은 5년 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해 다음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곳곳에 센서를 달아 운전자의 운전 습관과 자동차 상태 등과 관련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뒤 다음에 생산하는 자동차는 브레이크 페달 위치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결정하는 식이다.

 국내 기업들도 초기 단계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포스코는 중남미·호주 광산과 런던금속거래소(LME)를 통해 수집한 광물 가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철광석·알루미늄 등의 자원을 최적의 가격 조건으로 사들인다. 한국남동발전은 각종 발전설비 등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해 기기의 고장이나 작동 오류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정비일정을 조정하고 장비교체 시기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가능성만큼 시장 규모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올해 49억 달러에서 2017년 500억 달러(약 56조원)로 10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의 미래도 밝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국내 빅데이터 시장 규모가 2015년 2억6300만 달러, 2020년에는 9억 달러(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선점을 위해 기업들은 이미 경쟁에 나섰다. 구글은 지난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빅쿼리·Big Query)에 진출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가 부담스러운 기업들에 저장 공간과 분석 솔루션을 함께 제공한다. 액센추어·IBM 등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사업에 나섰고 HP·델 등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서버를 공급한다. 한국 정부 역시 올해부터 2016년까지 민관이 약 5000억원을 빅데이터 기반 조성에 투자하기로 했다.

고란 기자

관련기사
▶ 오늘 사람들 감정으로 내일 주가 예측? 실험결과 놀라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