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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적 입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3월 31일 상오 8시쯤 동경 발 후쿠오카행 JAL기가 「적군파」라 불리는 폭도들에게 「하이재킹」당한 뒤 우리 나라 김포공항에 불시착하여 인질로 잡혀있던 탑승객들은 마침내 석방되었다. 폭도들에게 77시간 이상이나 좁고 행동이 부자유하며, 40도에 가까운 고온과 혼탁한 공기로 가득 차 있는 밀실 속에서 음식과 물조차 잘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한 채 불안한 환경에서 폭도의 심리적 강압 하에 불법 감금당했던 이들 승객에 대해서는 동정을 금할 수 없다. 그들 중에는 병약자들도 있는 모양이다. 빠른 시간 내에 그들에 대한 응급치료가 가해져 그 동안 그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가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의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들 승객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왜 빠른 시간 내에 폭도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는가 고 우리측을 비난하는 눈치가 보인다고도 하지만, 그것이 천부당 만부당한 것임은 세계의 여론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우리의 견해로는 승객의 인명보호와 정신적·육체적 고통의 경감이라는 인도주의적 요청이 중요하면 할수록, 이들을 특히 자유 대한의 땅 안에서 석방케 함으로써 다시는 그러한 공적행위가 한국 영토 안에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범죄 예방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범인을 체포하여 처벌함으로써 그러한 범죄행위는 처벌된다는 선례를 만들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네 번 밖에 없었던 「하이재킹」 기도에서 유독 한국 영공에서만 두 번이나 「하이재킹」을 당했고 외국에서는 미수로 그친 것을 볼 때 한국 정부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앞으로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우리 영공과 영토 내에서의 공적행위를 묵과할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또 한국의 국내법상으로도 북괴는 반국가 단체인 만큼 폭도들은 북괴를 이롭게 하기 위한 이적행위를 감행하는 자로 당연히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또는 내란·불법감금, 범죄단체 조직 등으로 형법상의 소추를 해야하는 것이 주권국가로서의 마땅한 의무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흉악범을 인도주의라는 명목으로 즉시 적지로 가게 하는 것은 한국의 국내법상으로나 국민감정으로는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우선 승객들만이라도 구제한 뒤에 가능하면 그들 범인들에 대한 체포대책까지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폭도들은 한국 측의 끈질기고도 강력한 요구에 응하여 일본 야마무라 운수성 정무차관을 인질로 동승시키는 대신 그 동안에 불법 감금했던 탑승자들을 석방시키기로 한 것인바, 무고한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는 우선 이를 환영해 마지않는다.
한국정부는 이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병실과 「호텔」을 예약하고 대기중이라고 하는 바, 자유진영 내에서의 그들의 석방이야말로 바로 인도주의라는 것을 일본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북괴가 말하는 인도주의란 허울 뿐이요, KAL기의 납북 당시만 보더라도 60일간이나 승객들을 불법 감금했고 그 동안에 전기고문·약물고문 등을 감행했고 세뇌공작을 하는 등 온갖 비인도적 만행을 자행했었으며 11명은 아직도 억류하고 있는 것을 일본인들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은 북괴의 허울좋은 인도주의를 가장 잘 알고있기에, 진정한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승객들의 한국 내 석방을 요구한 것을 일본인들도 차제에 깊이 통찰할 줄 아는 국민적 양식을 배워야할 것이다.
일본인들은 처음에는 일본 정부조차도 이 JAL기의 후쿠오카 이륙을 막기로 결정하고 일항 측에 ①「엔진」시동과 함께 불을 품도록 전기장치를 조작하고 ②「타이어」의 공기를 빼고 ③급유를 철저히 오래 끌어가며 ④최악의 경우에는 「개스」총을 쏠 것을 결정하고 「매인·벨브」를 끊는 작업도중 이륙해버려 밀명을 받은 정비원이 기체에서 떨어진 것을 보아도 한국의 처사가 결코 일본정부의 처사보다 비인도적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범인들의 인질 협박 때문에 정부 각료급 까지가 지나치게 긴장하여 공항 현장에 대책위원회를 두어 노심초사한 것을 알고 있다. 하물며 이러한 우방국가의 노력에 대하여 일본인들이 만일 감사는 커녕 비난을 일삼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인도주의의 문제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끝으로 정부로서는 이번 납치범인들을 체포하지 않고 이륙시키는 경우에도, 범인의 국외추방의 법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요, 우리 영공을 통하여 북괴지역으로 직항하는 것은 이를 극력 저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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