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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한 대치…오늘이 고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비행기나 사람이나 모두 기진 했다. 납치된 JAL기는 납치범들의 위협아래 김포공항 활주로 가운데서 이틀 밤을 새웠다. 1일 아침까지 승객들에게 식사 제공마저 거부하고 나섰던 범인들은 저녁에 이르러 식사와 약·음료수를 받아들였고, 2일 아침에도 「밀·서비스」를 받음으로써 태도를 약간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기장이나 승객들은 『좁은 기체 내에서 머무르는 것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연거푸 호소, 승객의 구출여부는 이날이 고비가 될 것 같다. 상오 11시 25분 범인들은 『물이 안 와서 고통스럽다』고 연락, 『물을 보냈는데 받지 못했느냐』고 답변하자 범인들은 『물, 물』하면서 고통스러움을 말해와 감금상태의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납치범들은 김포공항에 착륙한지 3일째 맞은 2일 상오 7시 27분 조종사석 옆 창을 통해 1일 저녁에 이어 두 번째로 식사와 약품 및 음료수의 공급을 받고 눈에 띄게 누그러진 표정이었다.
이날 항공 신호기를 단 「세단」이 「런치」와 초밥 1백 20인분, 식수 2백인분, 담배 1천 개비, 「캔디」와 「콜라」 및 우유 다량, 화장지 등을 9개의 상자에 싣고 가 공항 직원 2명이 넘겨주자 범인들은 말없이 조종사 창문을 통해 받아들였다.
납치범들은 이에 앞서 이날 상오 5시 30분쯤 관제탑으로 아침식사 공급을 요구, 즉각 일본에서 만들어온 이 같은 식사를 뜨거운 물과 함께 넣어준 것.
납치범들이 식사공급을 요구한 직후인 상오 6시 30분쯤 정 장관과 김산 일본대사는 식사를 넣기까지의 막간을 이용, 승객들을 내려보내면 낮 l2시까지 원하는 곳에 보내주겠다고 「메시지」를 기내에 보냈으나 납치범들은 김포를 평양으로 위장시킨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응답해왔다.
납치범들은 식사를 끝내고 상오 8시쯤 바깥정세가 무척 궁금했던지 일본의 조일·매일·독매 등 3대 신문을 넣어줄 것을 요구해 왔으나 대책본부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곧이어 상오 9시 50분 부기장이 관제탑을 불러 1일에 식사공급은 두 번만 해주고 과일·「껌」·담배를 충분히 달라고 요구해 왔으며 변기가 넘쳐흐르니 치워줄 것과 납치기 곁에 사람을 접근시키지 않도록 해달라고 또렷하게 말해왔다.
이에 대해 대책본부는 『너희들의 안전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중이다. 승객만 내려주면 오전 중에 원하는 곳에 보내주겠다』고 알려 주었다.
대책본부는 3일 동안 납치범들과 기장 및 부조종사와 접촉한 결과 납치범 중 강경파는 무조건 이륙을 주장하나 온건파는 승객 하강 후 이륙을 주장, 의견 대립이 심한 것으로 추정, 어떻게든지 계속 설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 이날 상오 10시 40분엔 일본에서 온 신부가 관제탑에 올라가 『납치되어있는 신부와 얘기하러 왔다. 인도적 입장에서 바꾸어 달라』고 요구했으나 범인들은 『그런 얘기는 치워라. 인도적인 얘기는 한국 정부에 하라』고 거절했다.
범인들은 이 교신에서 약품 「신실린」 40만 단위를 요구했다.
기내에서『「요시도시」씨가 병이 났기 때문이다』고 말해와 관제탑은 『우리측 의사가 기내에 들어가 치료하게 할 수 있느냐』고 하자 『그럴 필요는 없고 약만 보내달라』고 응답해왔다.
2일 상오 11시 20분 범인들은 『일본의 조일·독매·매일 등 3대 신문기자와 만나고 싶다』고 요청, 관제탑에서는 『알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상오 11시 55분 적군파 학생대표라는 자가 관제탑을 불러 『한국 정부의 입장은 잘 알겠다. 그러나 지금 같은 분위기로서는 두 나라 정부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 믿도록 해 주면 고려해 보겠다. 일본 신문의 보도 태도를 알고싶다』고 「하시모도」 운수상과 김산 대사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관제탑은 『인명피해 없이 승객을 내려주면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 대답했다.
낮 12시 15분 대책본부는 『승객들만 내려주면 보내주겠다는데 왜 그러느냐』고 설득을 계속하자 납치범들은 『승객들을 데려가겠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응답. 다시 『승객들을 데려가야 안심하겠다. 꼭 데려가겠다』고 못박았다.
그러자 납치범들은 실망한 듯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낮 12시 34분 『40분 후에 우리측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교신해왔다.
이날 하오 1시 4O분 대책본부는 1백 50인분의 도시락과 귤·음료수·의약품을 점심 식사 조로 기내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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