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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과 위협의 공방 2주야 피납 JAL기 승객 구조대책본부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요도」호의 승객을 구출하려는 계획은 몇 번씩 수정을 거치면서 가다듬어졌다. 임시대책본부는 대책위원회로 기능을 갖춰 정래혁 국방장관을 위원장으로 ○전투비행 단장실에 본부를 뒀다.
JAL기가 14번 활주로 끝에 내려앉은 지 이틀이 지날 때까지도 범인들은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은 채 식사를 거절, 대책위원회는 최후의 설득을 벌이기 위해 다시 회의를 소집-.
유근창 합참 본부장은 『폭도들에게 그만큼 관대한 대접을 해주었는데 그러한 대접도 한계가 있다』고 야전복 차림으로 분노를 참지 못했다.
○…대책위원회는 관계자 밖의 사람과는 일절 왕래와 통신을 끊고 철모를 쓴 헌병이 「바리케이드」를 쌓고 경계. 「요도」호의 조종사석에 바싹 접근했었던 모 기관원은 식사와 음료수를 보이자 범인 한 사람이 눈에 독기를 품고 『이라나이』(필요 없다)라고 말했다고 보고해왔다. 범인들은「윈도」8개에 1개씩 「커튼」을 걷어올리고 바깥을 정찰, 우리측의 사복요원들과 얼굴이 부딪칠 때마다 『오네가이시마스』(좀 부탁합니다)를 연발, 빨리 이륙을 부탁하더라고 전해와 대책본부위원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백선엽 교통부장관은 그의 일본측 상대역인 「하시모도·도미사부로」운수상이 전용기로 도착 하 자 장관 전용차를 비행기 「트랩」가까이에 대놓고 마중, 무궁화(장관마크) 표지까지 덮어씌운 채 전투 비행단 쪽으로 질주.
강·온 두 갈래의 대책을 놓고「비방」을 짜내고 있는 정 국방은 노영서 정훈국장을 통해 시민의 여론과 「매스컴」의 논조를 종합 보고토록 지시, 정부의 대책, 일부 측의 의견뿐 아니라 국민여론도 참작하려는 세심한 면을 보이기도 했다. 김포공항 주변엔 시민들이 연일 장사진- 「요드」호의 승객을 구하고 범인을 덮칠 수 있는 각가지 묘안이 백출했는데 6·25때 8240부대장을 지냈다는 연모씨는 국방부장관 면회를 신청, 『자신에게 약간의 병력을 주면 기상에 올라가 교묘한 설득으로 담박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제의. 김성은 대통령보좌관과도 무엇인지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첫날밤 우리측에서 평양 국제공항을 가장했을 때 박경원 내무장관은 2만원을 선뜻 내놔 꽃다발 20개를 만들어 괴뢰군 복장의 따발총부대(?)를 급히 편성 대기시켰는데 혈기왕성한 몇 명의 공수단원들은 기관단총을 들고 『울화통이 치밀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명령만 내려준다면 단 15분 안에 문을 부수고 들어가 가볍게 해치울 수 있소. 수류탄이나 일본 도 쯤 들고있는 조무라기는 쉽게 해 낼 수 있는데』라고 서성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압축공기를 넣고 변소를 칠 때 마취제나 「개스」를 넣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승객보호 제일주의를 고려하여 묵살.
가장 부드러운 회유책을 쓰는데 초점이 쏠렷다. 「딜럭스」 도시락을 준비해 놓고 인삼차와 담배 등 무엇이든지 넣어주겠다면서 폭도들의 서슬을 쓰다듬는 방향으로 지혜를 짰다. 이 같은 한국 측의 신중한 대책에 감동한 듯 김산 주한 일본대사는 시종 『해결의 열쇠는 한국 당국에 달려있다』면서 귀빈실에 임시 연락소룰 두고 보도진에 에워싸여 머리를 조아리는 표정이 퍽 착잡해 보였다. 한국말이 유창한 전전 참사관도 『우리 여객기가 한국영토에 들어왔으니 한국에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면서 도리어 일본 기자들을 위해 따로 차근한「브리핑」을 해 줬다.
○…정 국방장관은 전투비행단장실과 공항의 항공관리국장실 관제탑을 오락가락하면서 도시락으로 요기를 하며 동분서주. 1일 밤 잠시 공관에 들렀다가 3시쯤 다시 관제탑에 올라 최후의 설들을 폈다.
○…납북 JAL기가 착륙중인 김포공항은 2일 상오 납치범들이 계속 버티고 있는 가운데 3백 여명의 내외보도진과 수많은 한 일 관계자 및 군경 등 경비원들로 붐볐다. 신문기자들의 취재경쟁으로 7개밖에 없는 공항의 전화는 물론 장시간 점거하는 바람에 비행기 탑승객들이 많은 불편을 겪으면서도 웃으면서 『어쩔 수 없군』하고 이해해 주기도 했다.
○…이같이 공중전화의 이용이 늘어나자 서울 국제우체국 김포공항 분국은 5원 짜리 동전을 평소 5천원만 준비하던 것을 1만원 갖고도 모자라 직원 1명이 은행에서 동전을 바꾸어 오느라 진땀을 빼고…
○…1일부터 납북 JAL기를 취재하기 위해 속속 일본의 신문기자들이 도착, 30여 명이 JAL 김포영업소에 들어가 뜬눈으로 밤새우며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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