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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패션 위크' 별볼일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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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패션 위크'는 비평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일에 실패했다.
영국이 유행에 뒤졌다는 주장이 나오며 세계 유행의 수도라는 영국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것이 엄청난 광고를 했지만 큰 실망만 남긴 채 월요일(현지시간) 끝난 '런던 패션 위크'를 본 많은 평자들의 솔직한 결론이다.

5일간의 일정으로 44개의 공식 패션쇼를 비롯한 수많은 비공식 패션쇼를 런던 일대의 여러 장소에서 개최한 런던 패션 위크는 여러 해 동안 패션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그러나 평자들은 이번 행사에 대해 청중들의 수준이 낮았으며, 몇몇 패션쇼의 경우 좋게 말해 눈에 띄는 게 없고 나쁘게 말하면 독창성이 없었다고 평했다.

타임지의 한 기사는 이 행사의 첫 쇼가 "감각 없고 실망스러우며 솔직히 지루했다"고 평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행사가 영국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국의 비평가들은 뉴욕과 파리의 패션쇼들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반해 런던의 패션쇼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번 행사에는 폴 스미스, 니콜 파리, 자스퍼 콘란, 고스트, 버버리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참가했으나 이를 제외한 주요 브랜드들은 불참했다.

영국 패션계의 유명인사인 스텔라 맥카시와 알렉산더 맥퀸을 비롯해 세계의 슈퍼모델 다수도 불참했다.

뉴욕매거진의 마이클 로버츠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초창기에 강한 독창성을 선보였던 스텔라 맥카시나 알렉산더 맥퀸 같은 런던 최고의 환상적인 디자이너들이 빠지는 바람에 런던 패션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런던에는 자기 주장이 분명한 디자이너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평했다.

그러나 여전히 런던 패션 위크에 참여해 출품작들을 열렬히 고대하고 있는 흔치 않은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인 줄리앙 맥도날드는 런던 패션계를 두둔했다.

그는 선데이 타임즈지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위크를 혹평하는 사람들은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도시로 정평이 나있고 런던에는 최고의 패션 학교들이 있다.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국제적인 디자인실에 가더라도 런던의 패션 학교 출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나오미 캠벨은 런던 패션 위크에 참석한 가장 유명한 슈퍼모델이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이 패션쇼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마약중독 모임을 마치고 떠나는 사진을 실은 한 타블로이드 신문과의 법정 싸움에서 승리한 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캠벨은 이날 V자형 네크라인의 수영복과 1천3백만 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치고 유연한 워킹을 선보였다.

이밖에 쇼를 빛낸 유명 모델로는 조디 키드 정도뿐이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로는 폴 스미스의 여성복 쇼를 꼽을 수 있는데 55세의 스미스는 남성복의 주요 재단 기본 공식을 여성의 란제리나 평상복에 적용시킨 의상들을 선보였다.

니콜 파리 역시 이번 쇼에서는 꽃무늬와 부드러운 소녀풍 드레스에 남성복 재단과 보이시한 외양을 첨가한 의상들을 내놨다.

깔끔한 블레이저 밑에 흰 면 셔츠를 받쳐입고 허리 아래로 늘어뜨려 착용하는 벨트가 달린 바지나 몸에 꼭맞는 크롭 팬츠가 선보였다.

크리스찬 블랑켄은 아메리칸 스타일의 스웨이드와 폭이 좁은 바지 정장과 크롭트 자켓 등의 면 제품을 선보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러셀 세이지가 내놓은 일본식 재단 방법과 빈티지 직물을 이용한 의상이 눈에 띈다.

세이지(33)는 비상업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재단과 수제 단추가 뛰어나 상점들이 디자이너의 의상들을 복사하기 힘들었던 시대로 돌아가게끔 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의 쇼에서 낭만적인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각각이 고풍스럽게 윤색된 무지개 빛 일곱 벌의 드레스였다.

이 밖에 다른 패션쇼에서는 독창성이 눈에 띄지 않았다.

로닛 질카는 히피룩과 나풀거리는 치마 위에 꽃무늬를 내놓는가 하면, 애쉴리 이샴은 터번과 1960년대 비치웨어를 다시 들고 나왔다.

제니 패컴은 등을 깊게 파고, 집시 주름 장식을 단 이브닝 웨어 컬렉션에 반짝이는 비드와 꽃무늬 장식을 해 '꽃'이라는 주제를 이어갔다.

LONDON, England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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