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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성 불신받는 역사소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화공보부는 금년부터 연차적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빛나는 위인전을 발간키로 하고 최근 사학자들과의 심의를 거쳐 기본방향을 굳혔다. 이 모임의 결론은 사학자들이 전기체로 쓰되 모든 사람이 즐겨 읽도록 한다는 것. 그러나 문단에는 일의 성격상 소설가에 의해 집필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위인전 총서기획은 역사적 사실속에서 조국의 얼을 빛낸 사람들을 되새김으로써 민족정신의 기조를 바로 세우자는데 목적이 있다. 이 위인전은 새로 창작하거나 이미 있는 고기록을 번역할 것으로 내다보이는데, 금년 문공부가 책정한 예산은 l백40만원. 그래서 우선 이충무공등 명장의 전기 3편을 단행본으로 엮어낼 예정이며 다시 영문 및 불문으로 번역, 해외에 소개할 것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위인전의 발간을 위해 지난20일 모인 심의위원은 이선근, 이홍직, 홍이섭, 신석호, 김상기, 김원용, 이은상제씨. 이 회의는 문공부가 애당초 예정한대로 ①모든 사람이 즐겨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소세「스타일」의 대중물로 만든다 ②다로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원칙적인 문제에 합의를 보았으나 ③역사 소설가에 맡길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결론을 벌였다.
사학자들은 대체로 역사소설의 사실성을 부인하고 그 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기록을 남기기 위하여 사학자들이 집필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으고 말았다. 사실 학계가 역사소설에 대해 불신을 표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작가들은 작품이 어디까지나 허구라는 점을 강조한 나머지 사실 그 자체마저 터무니없이 재편하는 예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작가 최인욱씨는『학자들의 전기에는 역시 학술용어가 습관돼 있는 까닭에 중학생들이 이해하려면 땀을 빼며 읽는다』고 말한다. 용어나 구성방식에 있어서 대중성을 띠게 하려면 학자로선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문예평론가 조연현씨도『누가 합당한 필자냐 하는 것은 개별적인 능력에 달렸겠지만 위인전의 발간취지로 보아 소설가가 격에 맞는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나라에 실록소설의 분야가 아직 개척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전기물까지 역사소설의 테두리에 넣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풀이한다.
위인전 발간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현재로선 양쪽이 다 일장일단이 있다.
흑자는 사학자와 작가가 합작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마저 없지 않지만 그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
어쨌든 소설계는 이번 ①사실과 소설의 거리 ②사료에 대한 성의문제등 반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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