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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해발8백m 분지에 신흥도시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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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원도 황지>
황지의 도심을 가로지른「아스팔트」보도 한가운데로 초「미니」의 아가씨들이 가벼운 걸음으로 지나가자 뒤쫓아온「택시」가 경적을 요란하게 울렸다. 11년전 울창 수목사이로 낮에도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강원도황지는 탄광개발「붐」으로 이제 완숙한 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해발 8백m의 분지에 교통조차 불편했던 황지에는 지금 4만5천1백48명의 인구에 주택만도 7천호가 있다.
이곳이 개발되기 전에는 불과 40여호의 초라한 화전민만이 살았었다. 도로는 숲사이로 뚫어진 오솔길 뿐이었고 시장은 보려면 30리나 떨어진 장성면엘 가야했다.
어쩌다가 기차를 타자면 1백리를 걸어서 춘양까지 가야 했고. 30년동안 황지에서 살았다는 토박이 김이룡노인(71·황지1리66)은『10년전만 해도 자동차구경을 못해는데 이제 수도도 들어오고 극장구경도 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사람은 오래 살고 볼일이라고 말한다. 황지는 지하자원의 개발이 가져다준 신흥도시 치고는 그「템포」가 빠르기로 전국에서 으뜸인「케이스」.
불과 10년만에 한국의「텍사스」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놀랍게 발전한 것이다. 교육기관만도 황지유치원을 비롯, 국민학교가 함태국민교 등교 6개가 있고 황지 중·고등교와 황지 여자 중학교가 있으며 사립중학교도 있다. 동사무소의 지소도 없던곳에 황지출장소가 생겼고 우체국·파출소·의용소방대·전매서·산재보험사무소·보건소·직업안정소등 정부기관이 들어섰다. 그뿐 아니라 강릉방송국 황지중계소의 높다란「안테나」가 도심에 우뚝 솟아있고 은행도 생겼다.
조흥은행 황지출장소장 손판선씨는『인구에 비해 일반예금과 거래액이 엄청나다』고 말한다. 은행의 구좌만도 1천3백에 거래액이 2억4천만원에 이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사무량이 많아 63년 개점당시에 직원이 7명이던 것이 지금은 2배로 늘었다고.
황지는 노다지에 힘입어 흥청대는 곳이다. 면적이 1만3천26평방㎞에 지나지 않는 비좁은 곳이지만 유흥장이 곳곳에 즐비하다. 한집건너 술집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술집이 많은 황지는 철이 겨울로 접어들면 유흥은 절정에 이른다.
황지보건소에 등록되어 있는 각종 유흥업소수는 2백58개소. 무허가 주점등을 합하면 6∼7백개소가 있다. 술집이 전구가의 10%골로 있는 셈.
다방이 8개 있고 여관은 16개, 여인숙이 34개가 있다. 이·미용업소가 50개나 있고 목욕탕이 3개소나 있다. 고급요리점과 요정등도 223개소나 된다「카바레」도 있어 전속악단에「댄서」까지 갖추어져 있다. 큼직한 요정에는 접대부가 20명이 넘는 곳이 많다. 황지시장 뒤엔 창녀촌이 마을을 이루고 있으며 각종 접대부수는 1천여명에 이른다고. 이러한 황지에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은 탄광에 있지만 탄광업에 종사하는 광부들의 생활은 넉넉지 못하다. 함태탄광등 10여개 광업소의 7천11명의 광부들의 월 소득은 1만5천∼2만원에 머무르고 있다. J광업소의 김태식씨(35)는『황지에 고급요정이 많지만 나는 막걸리도 실컷 못 마신다』고 한숨을 짓는다.
조종섭시(41)는『「오토바이」가 많기로(80)대 유명하지만「오토바이」를 가진 광부는 한사람도 없으며「라디오」라도 모두 가질 수 있었으면…』하고 아쉬워했다. 황지의 요정출입은 대개가 서울에서 내려오는 연탄업자들이나 광업소간부나 멀리 장성에서 찾아오는 고객들이 대부분.
각각 5백석을 갖춘 제일, 황지등 두 극장도 광부들의 월급날을 제외하고는 자리가 모두 차지 않고 12개의 양복점도 파리를 날리고 있다. 그러나 황지는 생기가 감돌고 있다.
황지동민의 평균 실지 소득은 10년 전보다 거의 5배가 늘었고 1천7백9명의 화전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와 돼지, 토끼, 닭등도 4천마리에 이르고 있다.
황지2리에 사는 김만석씨(45)는『10년전에 강냉이밥도 실컷 못 먹었는데 요즘은 수도 물에 쌀밥을 지어먹을 수도 있으니 여간 다행하지 않다』면서『황지의 보다 나은 발전은 탄값 현실화와 고아부들의 임금인상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연료 현대화로 사양의 길을 걷는 석탄업, 그리고 앞으로 20∼30년 후엔 바닥이 날 탄광촌에 대한 근본책이 아쉽다는 것이다. <이원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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