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대구鐵 방호체계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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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구지하철의 안전 시스템은 비상시에 사고 자체를 신속하게 진압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기.신호체계를 차단하는 자동 안전시스템은 오히려 희생자를 늘리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사 측이 경영효율을 지나치게 강조한 경영 방식을 채택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먹통 지하철' 만든 자동시스템=대구지하철의 방호 체계는 화재.누전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요 시스템이 순간적으로 마비되도록 설계돼 있었다. 사고 당일 오전 9시55분쯤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2분 뒤 전기공급이 일시에 끊겼다. 이 여파로 전력 및 운전사령실 등의 제어시스템도 함께 마비돼 화재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도, 전파되지도 못했다.

자동 열차운전장치와 자동 제어장치의 혼합형태로 운영되는 전동차 운행 시스템도 비상시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공사 측은 "전동차가 역에 도착하면 전동차 하부의 기계장치와 역에 설치된 센서가 상호 감응해 자동으로 출입문이 열리고 닫힌다"고 설명했다.

인력 절감.운행의 안정성 면에서 우수한 이 시스템은 전력공급이 끊기자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승객들을 위험 속에 감금하는 역할을 했다.

화재시 자동 차단되도록 설계된 역 구내의 방화벽 역시 화염과 매연의 확산은 막을 수 있겠지만 비상시 승객 탈출에 대한 배려는 도외시한 시스템이었다. 비상시의 승객 대피로.비상등 확보 등 승객 안전책 역시 원시 수준에 불과했다.

◇효율만 너무 중시한 경영=대구지하철은 1997년 개통 이후 승객 부족으로 하루 8천여만원씩의 적자가 쌓여 왔다. 이에 대구지하철공사는 98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 전동차 앞뒤에 기관사 한명씩, 두명이 탑승하는 2인 승무제를 1인 승무제로 바꿨다. 공사 측은 "서울에 비해 대구는 객차 편성(6량)이 짧은 데다 자동운행장치까지 도입돼 1인 승무제로도 충분하다"며 노조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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