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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음악|대중가요와 동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얼마전에 대중가요에 대한「세미나」가「크리스천·아카데미」주최로 있었습니다.
진지한 토의가 전개되었는데, 병폐는 대중가요가 대중의 요망이나 국민의 정서함양을 위해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하는 상행위로서 대중가요는「만들어」지고 유포된다는 점에 있다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유포의 요체는 되풀이에 있고 되풀이의 주역은 음반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가 동감 이겠습니다 만은『잘 팔리는 것은 좋은 것이다』라는「레코드」업자의 신조에는 누구나가 동감 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한 셈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신조는 누구 나가 동감할 수 없는데 불구하고 칼자루를 잡은 사람은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악이다, 하지 말자는 것이 인류의 공통된 부르짖음이기는 하지만 중공이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할 뿐 아니라 무슨 대비책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저속한 대중가요는 정신위생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말하고 있으나「레코드」업자로서는 저속해야만 재미를 보게되니 그런 이야기가 먹어 들어갈리 없고 오히려 대중이 좋아하는데 우린들 어쩌겠느냐고 반겨할 기세이고 보면, 대부책은 대중이 깨달아서 그 장단에 춤을 추지 않는 도리밖에 없을 듯합니다.
「유행가」라고 불리다가「가요곡」이라고 불리던 것이 언제부터「대중가요」라는 어엿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유행가와 대중가요를 구별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일제의 지배밑에서 일제의 모방으로 비롯한 소위「뽕짝」은 우리나라가 해방된 오늘에 와서도 유행가일 것이고 적어도 대중가요는 그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과 자주성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전남 광양군의 이상태라는 국민학교 선생님이 발표한『동심을 뒤엎는 대중가요의 그늘』이라는 연구조사에서 아동의 85%가 대중가요를 5∼6곡쯤 부를수 있다고 해서 도맷금으로 대중가요 배척을 외치는 것은 너무 소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아동들이『노란샤쓰입은 사나이』를 부를 경우, 그들은 애인의 대상으로『노란샤쓰 업은 사나이』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의「이미지」를 갖고『노란샤쓰 입은 사나이』를 좋아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빨간 머플러』나『팔도강산』을 아동들이 부른다고 무엇을 탓하겠습니까.
아동은 어른의 예비군입니다. 아동과 어른은 단절된 계단이 아니라 시간으로 연결된「에스컬레이터」라는 사실은 좀 더 인식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동들은 하루바삐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이며, 그러기에 왕성한「인테레스트」(흥미)를 갖고 어른의 세계를 넘겨보려고 발돋움합니다.
어른들이 울타리를 들려주는 소위 동심의 세계라는 것이 그들은 못 마땅합니다.
아동이니까 음정도 좁고「림듬」도 단순해야 한다는 동요에 대해서 나는 항상 회의를 가집니다.『푸른하늘 은하수…』는 결코 음역이 좁은 노래는 아닙니다. 그리고 아동들이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부를 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허무감에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소위「뽕짝」이라는 유행가는 어른의 정신위생에 나쁘기 때문에 아동에게도 나쁜 것입니다. 그리고 아동은 어른들보다도「리듬」에 대해서 반응이 빠르고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도 강조 해두고 싶습니다.「리듬」감각을 신장시켜주지 못하고「리듬」이 단조로운「뽕짝」에 멍든 아동은 어른이 되어서도 왜인화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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