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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출신 신부 “전통혼례 치르며 결심했죠, 친부모 찾기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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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호 11면

4일 오후 오슬로 한스하우겐 공원에서 열린 한국식 전통혼례. 신랑·신부가 합근례(술잔을 합치는 의식) 절차를 치르고 있다. 혼례 행사 도중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우산이 등장하고 병풍은 치워졌다.

전통혼례는 스웨덴의 이웃나라인 노르웨이에서도 이어졌다. 스웨덴 전통혼례 소식을 접한 주노르웨이 대사관 이재우(49) 영사가 한국 입양인 신부와 노르웨이 신랑의 혼례를 요청한 것이다. 신부는 다섯 살 때 노르웨이로 건너온 얀 키(38), 신랑은 심리분석을 하는 스바인 위크(40)다.

노르웨이서도 열린 전통혼례 뒷얘기

도산우리예절원 측은 스웨덴 행사 다음 날인 4일 오전 버스로 8시간을 달려 오후 6시쯤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스하우겐 공원에서 전통혼례를 진행했다. 행사장에는 한국 입양인 40여 명과 한·노르웨이친선협회 노르웨이 측 회원, 한국 교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혼례 도중 소나기가 쏟아졌지만 참석자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신부는 이날 예절원 측에 구구절절한 감사의 편지를 전해 왔다. 360년 만에 북유럽에서 선보인 한국식 전통혼례가 입양인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 것이다.

신부 얀 키는 다섯 살 때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입양 이듬해 불행하게도 죽을 뻔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후 생명은 건졌지만 얼굴에는 큰 흉터가 남고 청력도 손상당했다. 노르웨이 부모는 몇 차례 성형수술을 해줬지만 얀 키의 얼굴에는 지금도 큰 상처가 남아 있다. 노르웨이 아버지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으며 어머니는 요즘 치매로 고생하고 있다.

얀 키와 대학 시절에 만난 남편 스바인 위크는 지금도 변함없이 얀 키를 사랑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 달 전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들을 낳았다. 사연을 접한 도산우리예절원 연구원인 이문주(51) 한복디자이너는 이번 전통혼례를 치르면서 신랑·신부 한복과 아기 한복·강보를 선물로 전달했다. 주노르웨이 한국대사관 이재우 영사는 “얀 키가 성형술이 뛰어난 한국에서 자신의 얼굴을 고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 부부는 아직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다음은 얀 키가 쓴 편지 내용이다.

“한국 전통혼례를 경험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았지만 많은 논의 끝에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기회가 될 것 같아 전통혼례를 치르기로 결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혼례를 계기로 제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것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친부모를 찾는 것입니다. 제가 최근 엄마가 되고 보니 아기를 입양시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친부모를 그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입양될 때 부모님이 어떤 형편이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당신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슬퍼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나를 사랑으로 보냈을 것이고, 당신들이 제게 줄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좋은 삶을 저에게 준 것이니까요.

당신들은 제가 가진 가장 값진 것, 제 생명을 주셨습니다. 제가 부모님 당신들을 모른다 하더라도 당신들은 항상 내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관계기사 16~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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